'경쟁, e스포츠를 다시 춤추게 한다!'
한동안 숨을 죽였던 한국 e스포츠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전성기의 영광 재현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겠지만, e스포츠의 가능성에 대한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그 기폭제는 바로 '경쟁'이다. e스포츠 최고 명문구단이라 할 수 있는 SK텔레콤 T1과 KT롤스터가 3년 연속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어 매번 역사에 남을 명경기를 펼치는 것을 필두로, 새로운 인기 e스포츠 종목의 부상과 이로 인한 견제 그리고 플랫폼간의 대결 등 다방면에 걸쳐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사실상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종목이 대부분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구도가 깨질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주자는 단연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LOL은 3개월여만에 PC방 점유율 1위까지 치고 올랐다. '아이온' '서든어택' 등 양강 게임이 5년 이상 질주하던 1위 자리를 단번에 꿰찼다.
게다가 e스포츠 초창기처럼 자생적으로 팀이 생겨나고, 기업팀까지 창단됐다. 독일 미디어 기업인 아주부(AZUBU)가 발빠르게 리그 후원사로까지 나섰다. '스페셜포스' 시리즈나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등 꾸준히 리그가 진행되면서도 한계를 보이던 다른 종목과는 속도나 무게감이 다르다. "e스포츠 초창기처럼 오랜만에 장이 선 것 같다"는 온게임넷 엄재경 해설위원의 표현처럼 LOL 덕에 e스포츠는 새로운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인기가 몰리다보니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존 프로게임단들도 LOL팀 창단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본격화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 LOL팀 선수들의 스카우트를 비롯해 팀내 선수들의 종목 전환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곳은 단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만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다. 지적재산권을 앞세우며 한국 e스포츠계와 극한 갈등의 빚었던 블리자드는 2년전 전격 선보인 '스타크래프트2'가 예상외로 부진한데다, LOL이 '대체재'로 급부상하며 위협하자 결국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5월 '스타크래프트1'의 라이선스 문제를 푼데 이어 2일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 스타1 스타2 프로게임단, 그래텍 등을 한자리에 모은 '스타크래프트2' 비전 선포식을 가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존이 힘들 것 같았던 양측의 만남이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 e스포츠와의 협력 없이는 확장팩 출시까지 예정된 '스타크래프트2'를 다시 띄울 방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달 말 재개되는 'SK플래닛 프로리그' 시즌2부터는 '스타크래프트2'가 도입된다. 이미 프로게임단들은 '스타크래프트2'의 연습에 한창이다. 아직 경기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스타1'과 당분간 리그 내에서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타크래프트2'의 도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스폰서 영입은 물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제8게임단의 인수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을 제외하곤 이미 게임 사이클로는 수명을 다한 전작과는 달리 현재 전세계적으로 대회가 활발히 열리고 있기에 e스포츠의 세계화 전략에 큰 힘이 되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양쪽 게임단의 교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리그 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재밌는 점은 스타2 비전 선포식이 열린 이틀 후인 4일 LOL을 개발한 라이엇게임즈의 브랜든 벡 대표가 한국을 갑자기 찾는 것. 이렇다 할 이슈는 없지만 벡 대표는 한국 e스포츠 경기 현장을 찾아 그 열기를 느끼고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2 선포식을 견제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경쟁'이 한국 e스포츠를 다시 살리는 화두가 되고 있다"며 "다만 국산 종목이 아니기에 아쉽다. e스포츠 종목 육성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분발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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