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 특히 타자들은 감이 중요하다. 방망이가 잘 맞을 때는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하다가도 슬럼프를 겪을 때면 "타석에 들어서기가 두렵다"고 한다. 이렇게 민감한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타격감을 찾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타격폼을 살짝 바꿔본다던가, 배트 등 장비를 바꾸기도 한다. 특정 음식을 먹은 날 안타가 나오면 주구장창 그 음식만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타격감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바로 짜릿한 손맛이다. 터지지 않던 장타가 하나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맹타를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롯데 전준우도 올시즌 극적인 홈런 한방으로 완전히 살아난 케이스다. 전준우는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팀이 0-2로 뒤지던 9회초 최강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추격의 솔로포를 터뜨렸다. 오승환을 상대로 뽑아낸 홈런이라 기쁨이 두 배였다. 결국 롯데는 전준우의 홈런포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전준우였다. 3번타자지만 홈런도 없었고 타율은 2할7푼8리에 그쳤었다. 홍성흔, 조성환, 박종윤이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펄펄 날아다닌 것과는 확연히 비교가 됐다. 하지만 홈런을 때려낸 후 롯데 박정태 타격코치는 전준우의 타격훈련을 지켜보며 "자세가 확실히 잡혔다. 준우가 확실히 감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전준우 본인도 "시합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했지만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예상대로 그날 이후 전준우의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5경기에서 19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이 무려 4할7푼4리다. 타점도 7개나 올리는 등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과시했다. 전준우는 최근 활약에 대해 쑥스러운 듯 "이제 조금 감을 잡은 것 같다"고 말하며 "지금의 좋은 타격감을 쭉 이어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못했던 이유를 스스로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전준우는 "타격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밸런스가 흐트러져 방망이가 잘 안맞다보니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공보고 공치기'다.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때려내는데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스윙 스피드가 빨라 어느 공에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전준우이기 때문에 작전은 대성공. 2할대를 맴돌던 그의 시즌 타율은 어느새 3할3푼3리로 치솟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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