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 투수와 타율 4할대 타자의 맞대결. 생각만 해도 설레는 매치다.
두산 외국인 투수 니퍼트가 삼성 이승엽을 꽁꽁 묶으며 시즌 4승째를 올렸다. 니퍼트는 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7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다승 단독 1위로 나선 니퍼트는 방어율도 2.54에서 2.04로 낮추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실 이승엽과는 부담스러운 대결이었다. 전날까지 이승엽은 타율 4할6리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었다. 홈런 5개에 타점도 14개나 올리며 찬스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로서는 이승엽을 잡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가 됐을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니퍼트는 이승엽과 3차례 대결해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배팅 타이밍을 빼앗으며 모두 범타 처리했다.
4.19때 어떤 일이 있었나
13일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4월19일 잠실 경기. 니퍼트는 7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고 2실점했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승리를 안았다. 그러나 이승엽과는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특히 이승엽은 1-5로 뒤지고 있던 6회 선두 타자로 나가 볼카운트 3B1S에서 니퍼트의 5구째 141㎞ 가운데 높은 투심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볼카운트가 불리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투심이 높게 들어가면서 실투가 된 것이었다. 당시 니퍼트는 이승엽과의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도 직구로 승부를 하다 외야로 큰 플라이 타구를 허용하는 등 힘겨운 승부를 벌였다. 시범경기에서도 니퍼트는 이승엽과 두 차례 만나 안타와 볼넷을 허용했었다.
직구→직구→변화구, 볼배합의 승리
그러나 이날 니퍼트는 철저한 코너워크로 이승엽을 요리했다. 또 직구로 초반 카운트를 잡아가다 투스라이크 이후에는 체인지업과 커브 등 떨어지는 변화구로 이승엽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1회말 2사후 첫 타석. 니퍼트는 볼카운트 2B에서 3구째 146㎞짜리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4구째 134㎞ 체인지업과 5구째 146㎞ 몸쪽 직구는 모두 파울이 됐다. 이어 6구째 133㎞ 체인지업을 바깥쪽 높은 코스로 던졌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자 이승엽의 방망이는 힘없이 돌아갔고 유격수 플라이가 됐다. 0-2로 뒤진 삼성의 4회말 공격 무사 1루. 이번에도 니퍼트는 이승엽을 체인지업으로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130㎞ 체인지업을 높은 코스로 던져 이승엽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6회 세 번째 대결에서는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초구 141㎞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2구째 144㎞ 직구는 몸쪽을 벗어나 볼이 됐다. 이승엽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15㎞ 몸쪽 커브를 받아쳤지만, 1루수쪽으로 힘없이 굴러가는 땅볼이 됐다.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했다.
위기는 어떻게 돌파했나
이날 니퍼트는 실점 위기가 한 번 있었다. 4회 무사 1루서 이승엽을 잡은 니퍼트는 4번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 1,2루에 몰렸다. 스코어는 2-0으로 두산의 리드 상황. 그러나 니퍼트는 5번 박석민을 풀카운트에서 128㎞ 바깥쪽 슬라이더로 2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2사 2,3루서 6번 배영섭을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130㎞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꽂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전날까지 니퍼트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2할7푼3리, 주자가 있을 때의 피안타율은 2할이었다. 그만큼 위기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이날도 니퍼트는 주자가 있을 때는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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