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내린 결정을 접하고 야구인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KBO 이사회는 이번에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제9, 10구단 문제에 대해 9구단(NC)의 1군 합류시기를 2013년으로 결정하는 대신 10구단 창단에 대해서는 승인을 보류했다.
이는 반쪽짜리 성과에 불과하다. 9구단이 출범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10구단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9개 구단 체제로 갈 경우 우려되는 파행현상은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돼왔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되풀이하지 않겠다.
KBO 이사회가 이번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10개 구단으로 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맞다'고 했다. 기존 구단들도 9구단이 출범했으면 10구단도 거스를 수 없는 수순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10구단 창단 승인을 슬금슬금 미루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10구단 창단 승인이 떨어지더라도 준비기간이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파행이 불가피하다.
뻔히 예상되는 파행을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최소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홀수 구단 체제의 파행을 떠나서라도 힘겹게 조성된 10구단 창단 의지에 찬물을 끼얹게 될까 걱정이다.
구단 창단이라는 열매가 하루 아침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밭을 갈고, 씨뿌리린 뒤 오랜 기간 정성을 쏟아 비료를 주고 관리를 해야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비유하자면 씨를 뿌리는 과정이 바로 창단 승인이다.
밭은 조성돼 있다. 수원시와 전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기업들이 10구단 창단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상태다. 야구인들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힘겹게 뛰어다니며 갈고 닦아놓은 작은 기반이다.
한데 승인 보류때문에 씨도 뿌리기 전에 애써 닦아놓은 밭을 갈아엎게 생겼다. 수원시의 경우 10구단 창단을 위해 올해 290억원의 관련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뻔한 지방재정 형편에서 적은 돈이 아니다. 지자체의 특성상 예산이라는 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올해 10구단 창단 작업에 쓰이지 못했다고 해서 내년에 또 예산이 확보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예산까지 확보해놓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승인이 미뤄지는 바람에 지쳐버린 나머지 두손을 들어버리면 그땐 누가 책임지겠는가.
좋다. 10구단의 1군 진입시기가 2∼3년후가 되든, 5년후가 되든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 하지만 이왕 9구단 체제로 가는 이상 언제라도 10구단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으면 승인이라도 해줘야 준비를 할 게 아닌가.
일단 승인을 한 뒤 10구단 창단 제안서를 받아보고 나서 기존 구단들이 얼마든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준비상황을 체크해나가도록 하자. 승인도 해주지 않고 창단의지를 꺾어버리는 누를 범하면 안된다.
10구단 창단 승인이 시급한 데에는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상적인 프로구단 운영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9구단 NC는 창원시와 협력해 파격적인 구단 운영계획을 갖고 있다. 창원시는 경기장 장기임대를 비롯해 부대시설 운영권, 광고권 등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NC 구단에 위임했다. 프로구단도 커다란 수익모델을 갖게 된 것이다.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해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기존 프로스포츠 관행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모범사례다. 다행스럽게도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수원시와 전주시가 창원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같은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언제까지 모기업이 돈줄에 의존해 구단을 운영할 것인가. 지자체와 협력해서 자립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고 향후 프로스포츠의 이상적인 트렌드로 정착시킬 수 있다.
10구단이 바로 이상적인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터닝포인트이자, '행복 바이러스'가 되는 것이다. 비단 프로야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으로 확산되면 한국 프로 스포츠 전체가 발전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고자 한다. 구단들은 비상 이사회라도 하루속히 소집해서 10구단 창단을 승인해주길 바란다. 700만 관중시대를 바라보는 야구인과 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 이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밭은 씨를 뿌려야 밭이지 그냥 놔두면 황무지가 된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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