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사 잘했어."
한화 3루수 이여상은 8일 열린 KIA전에서 일등공신이었다.
1-2로 뒤진 8회말 1사 2, 3루 상황에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역전승을 이끈 이가 이여상이다.
6회말 1-0으로 앞서다가 7회초 2-1로 뒤집힌 뒤 재역전승을 일궈내는 적시타여서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여상은 두 번 칭찬을 받았다. 결승타 외에도 재치있으면서도 보기드문 주루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이날 KIA전 승리로 2연승을 달린 뒤 "여상이가 잘 죽었다"고 칭찬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감독의 "잘 죽었다"는 말은 이여상의 주루사를 말한다. 으레 주루사는 칭찬받을 일이 없는 실책성 플레이여서 야단맞기 딱 좋은 빌미가 된다.
발이 느린 데도 무리하게 주루 플레이를 시도했거나 상대 야수의 수비상황을 간파하는 시야가 좁아서 주로 허무하게 발생하는 게 주루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하위의 팀성적으로 고전하는 한화는 18경기까지 최다 주루사(15차례)를 당한 맹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8일 KIA전에서 이여상의 주루사는 차원이 달랐다. 이여상이 결승타를 쳤던 8회말 상황을 세밀하게 짚어보면 답이 나온다.
선두타자 김태균이 KIA 5번째 투수 라미레즈를 상대로 좌전 안타을 뽑아내며 출루한 뒤 대주자 이학준으로 교체됐다. 이날 양팀의 방망이 추세로 볼 때 1점 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컸기에 한화 벤치에서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어 최진행이 볼넷을 얻어 무사 1, 2루가 됐다. 김경언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의 황금 찬스를 만들었다. 이 때 이여상이 타석에 들어섰다. KIA는 유동훈으로 투수를 바꿔 실점 저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여상이 1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쳤다. 여기까지는 안타로 기록됐다. 이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3루 주자 이학준은 여유있게 홈인했지만 2루 주자 최진행이 살짝 걱정됐다.
거구의 최진행은 발이 느렸던 까닭이다. 최진행까지 홈으로 불러들이면 짜릿한 역전에 성공하는 상황이다. 다른 주자였으면 이여상은 1루까지 안전하게 출루한 뒤 2타점을 바라볼 수 있었다. 허나 이여상의 타구가 깊지 않았다. 홈 송구가 제대로 꽂히면 최진행이 횡사할 우려가 컸다.
그래서 최진행이 홈인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교란작전이 필요했다. 이 때 한화 벤치의 순간적인 기지가 발휘됐다. 최만호 주루코치가 1루를 밟은 이여상에게 2루까지 쇄도하도록 사인을 내렸다.
당연히 이여상은 1,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렸고, 태그아웃됐다. 그 사이 최진행은 안전하게 홈인하며 역전을 만들어냈다. 최진행이 홈인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스스로 태그를 받아들이다시피한 이여상은 이례적으로 주루사를 당하고도 박수를 쳤고, 덕아웃의 동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결국 적시타를 치고 주루사했지만 KIA 야수들의 시선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장렬하게 전사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투아웃 상황이었더라도 이여상에게 일부러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라며 "이처럼 희귀한 주루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흡족해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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