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20승. 선발 투수에게 꿈의 기록이다. 야구인들은 선발 20승을 40홈런을 넘어 50홈런과 비교하기도 한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한 시즌 20승은 15차례(선동열 3번 최다) 나왔는데, 선발 20승은 6번에 불과했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현역 시절 유일하게 선발 20승을 두 차례(1985년 25승, 1987년 23승)기록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 이후 지난해까지 4년 간 10승대 투수가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09년에는 조정훈(롯데)과 로페즈(당시 KIA), 윤성환(삼성)이 14승을 거두고도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선발 투수가 부상없이 한 시즌(133경기)을 소화할 경우 30번 정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출전 경기 중 70% 가까운 승률을 올려야 선발 20승이 가능하다.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도 타선이 안 터지면 아쉬움을 삼켜야 한다. 올시즌 류현진은 5경기에서 4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이 2.14인데도 1승(2패)에 그쳤다.
다니엘 리오스의 2007년 투구모습. 그해 리오스가 22승을 거둔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이제 한 시즌 20승은 요원한 것일까. 김시진 감독은 "타자들의 타격기술은 계속 좋아지는데, 투수들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20승 투수가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도구가 필요한 종목은 끊임없이 더 강하고 효율성이 높은 장비 개발이 이뤄진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한 업그레이드다. 배트의 경우 같은 무게라도 강도가 높고 컴팩트한 제품이 계속 등장한다. 또 타자들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키운다. 과거에는 클린업 트리오를 비롯한 중심타자들이 홈런을 양산했는데, 요즘에는 상하위 타선 구분없이 홈런이 나온다.
반면, 투수의 경우 구질 개발에 한계가 있고, 투구 스피드를 급격하게 끌어올리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야구가 투수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도 수준급 투수가 부족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이고 야구 저변이 넓어 선수 자원이 풍부한 메이저리그가 한국과 일본, 중남미에서 투수를 수급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점수가 잘 나지 않는 투수 중심의 야구보다 호쾌한 타격전을 선호하는 팬심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프로야구가 전반적으로 타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반발력을 줄인 통일구를 도입한 일본 프로야구는 영봉경기가 급증하고, 홈런수가 크게 줄었다. 극심한 투고타저가 나타나자 최근 한신 타이거즈의 아라이 다카히로 일본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은 통일구 사용을 재검토하자고 나섰다. 점수가 나지 않는 경기가 속출하고 홈런이 급감하면서 야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20승 투수가 3명 있었다. 144경기를 소화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008년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라쿠텐)가 21승을 거둔 이후 20승 투수가 없다.
한편, 5월 10일 현재 삼성 탈보트가 5경기에서 선발등판해 4승(1패)을 거둬 다승 공동 1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20승 투수 명단
1982년=박철순(24승)
1983년=장명부(30승·선발 28승) 이상윤(20승)
1984년=최동원(27승)
1985년=김시진(25승·선발 21승) 김일융(25승·선발 20승) 최동원(20승)
1986년=선동열(24승)
1987년=김시진(23승·선발 21승)
1989년=선동열(21승)
1990년=선동열(22승)
1995년=이상훈(20승 모두 선발승)
1997년=김현욱(20승)
1999년=정민태(20승)
2007년=리오스(22승 모두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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