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비 하나는 실점을 막으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무리 점수를 많이 뽑아도 점수를 그 이상 내주면 패한다. 공격은 그날 타자의 컨디션과 상대 투수에 따라 바뀌지만 수비는 그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비가 좋은 팀이 강팀으로 분류된다.
SK는 8개구단 중 수비가 가장 좋은 팀으로 꼽힌다. 올시즌 실책수가 8개로 가장 적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서 실점을 막는 플레이가 자주 보인다. 상대팀의 득점을 막는 SK의 수비가 또다른 득점루트가 되는 양상이다.
13일 넥센전서 이런 모습이 연출됐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8회초에 SK의 수비가 왜 강한지를 보여줬다. 구원투수 엄정욱이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고 희생번트까지 내줘 1사 2,3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어 2번 서건창이 1루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2,3루주자는 일제히 뛰었으나 1루수 박정권이 공을 잡자 이내 스톱. 이때부터 SK 수비진과 넥센 주자들 사이에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는 3루주자가 협살에 걸려 3루와 홈을 왕복하며 시간을 끌고 2루주자를 3루까지, 타자주자를 2루까지 보내는 것이 공격하는 팀에겐 최선의 결과다. 수비하는 팀에서도 위기가 이어지지만 실점을 하지 않고, 상대의 흐름을 끊기에 3루주자를 잡아내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SK의 수비는 노련했고 상대 주자들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1루수 박정권의 2초간 기다림이 컸다. 보통 1점차의 급박한 상황에선 1루수가 공을 잡자 마자 홈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박정권은 공을 잡고 3루주자의 움직임부터 살폈다. 홈까지 반정도 뛰었던 3루주자 장기영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3루 귀루를 선택. 3루주자의 방향이 정해지자 박정권은 3루수 최 정에게 공을 던졌다. 공을 잡은 최 정의 시야폭이 컸다. 3루주자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2루주자 김민우까지 보고 있었다. 박정권의 송구를 잡았을 때 3루주자 장기영은 3루로 오다가 스톱하고 다시 홈으로 뛰려고 했다. 최 정이 달려가서 태그 아웃시키기엔 거리가 있었다. 마침 2루주자 김민우가 3루로 뛰어오고 있었다. 김민우는 당연히 최 정이 3루주자에게 뛰어갈 줄로 믿고 멈추지 않고 3루로 돌진했다. 그러나 최 정은 장기영이 아닌 김민우에게 몸을 돌렸다. 김민우가 그제서야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고 몸을 틀어 태그를 피하려했지만 이 역시도 늦었다. 2루주자를 잡고 나니 3루주자를 잡기엔 더욱 편해졌다. 최 정과 포수 조인성이 한번씩 공을 주고 받은 뒤 장기영을 태그아웃시켰다.
마치 끝내기 홈런을 친 선수를 맞이하듯 그라운드까지 나가 하이파이브를 했던 이만수 감독은 경기후 "박정권이 8회초 1사 2, 3루에서 호수비를 해준 것도 오늘 승리의 발판이 됐다"며 8회를 승부처로 꼽기도 했다.
SK는 9회초 2사후 강정호의 솔로포로 1-1 동점을 허용했지만 11회말 임 훈의 끝내기 안타로 결국 승리를 챙겼다. 8회초 호수비가 피말리는 접전에 달콤한 승리를 가지게한 원동력임은 틀림없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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