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백의 시간은 하루 아침에 채울 수 없다.
'풍운아'로 불렸던 KIA 김진우는 이제 사라졌다. 대신 성실한 야구선수 김진우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2의 선동열'로 불렸던 폭발적인 구위와 카리스마도 함께 사라진 것만 같다. 어찌보면 긴 공백을 극복하고 선발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여기에서 더 이상 잘하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진우는 여전히 젊은데다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선동열 감독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진우를 한계까지 몰아부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난 15일 경기는 김진우에게 한계와 보완점을 깨닫게 하려는 선 감독의 뚝심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더불어 김진우의 보완점도 명확해졌다.
김진우는 1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와 4⅔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면서 7안타 3볼넷 3사구로 7실점(4자책)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까지 나왔고, 커브(125~127㎞)와 슬라이더(129~135㎞)를 각각 24개와 25개씩 던졌다. 구속이나 구종의 선택은 이전 등판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진우가 올해 나선 5차례의 선발 등판 중에서 가장 안좋은 모습이었다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김진우는 1회부터 흔들렸다. 팀 타선이 먼저 1점을 뽑아줬지만,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제구력이 흔들린 원인은 이날의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시점)가 일정치 않은데 있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최대한 앞쪽으로 팔을 끌고나와 일정한 지점에서 공을 놓아야 제구가 된다. 그런데 김진우는 공을 던질 때마다 그 릴리스포인트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해설위원은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린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릴리스포인트는 경기를 하다보면 흔들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럴 때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느냐이다. 경험이 많은 투수는 그럴 때 투구패턴을 달리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김진우는 이런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당황해서 계속 커브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결국 오랜 공백으로 인해 경기 중에 생기는 돌발상황을 넘기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는 노련한 선동열 감독도 이미 눈치를 챈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가 이미 2회에 7실점을 하는 순간 승부의 추는 넘어갔다. 선발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면 3회쯤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김진우를 5회까지 마운드에 세워둬 투구수 99개를 채우게 했다. 이는 체벌의 의미라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느껴보라'는 뜻이다. 공백이 길었던 김진우에게 힘든 상황에서 많이 던져보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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