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십년감수했네."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전이 끝난 뒤 한화 프런트들의 얼굴색은 죄다 똑같았다.
하얗게 질려있었다. 올시즌 처음 경기장을 방문한 구단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는 앞에서 또 역전패를 당할 뻔 했으니 그 심정 알 만도 하다.
한화는 초반 3-0으로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한 뒤 김 회장이 잠실구장에 도착한 7회말 3-4로 역전됐다. 이후 8회 공격에서 극적으로 재역전에 성공하며 6대4로 승리했다.
전날 6-1로 앞서다가 8대11로 뒤집히는 어이없는 일을 당한 터라 그 초조함은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승리로 끝나고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하게 되자 불현듯 떠오른 게 있다. '김승연 효과'다.
이 때문에 "회장님이 필요할 때 한 번씩 오셨으면 좋겠다"는 농담도 터져나왔다. '김승연 효과'가 그 만큼 짭짤했기 때문이다.
'김승연 효과'는 지난 시즌에 입증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7일 LG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방문했다.
당시 한화는 38승1무52패, 승률 0.422로 7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 회장이 보는 앞에서 11대4로 승리한 한화는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남은 경기(42경기)에서 21승1무20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0.512로 부쩍 뛰어오른 것이었다.
9개월 전 김 회장의 방문을 받았을 때 한화는 지금과 처지가 비슷했다. 위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2011시즌 4월 첫 달(6승1무16패)을 우울하게 시작한 한화는 5월(13승13패)과 6월(12승10패)에 5할 승률에 성공하면서 반짝 힘을 내는 듯했다.
하지만 더위가 찾아들기 시작한 7월 들어 승률 0.375(6승10패)로 급추락하면서 우울한 8월을 겪고 있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연패가 잦아졌고, 4월 이후 최다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가 간신히 8월 6일 LG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김 회장의 방문을 맞이했다.
하지만 한화는 김 회장의 방문을 받고 7월의 악몽에서 완전히 탈출했고, 이후 연승 빈도수를 늘리며 시즌 후반기까지 괜찮은 승률을 유지했다.
올시즌에도 위기 때 김 회장이 찾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좀처럼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고질병인 실책의 약점까지 더해져 팀 분위기가 급락한 상태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또 승리를 하며 다시 분위기를 추슬렀다. 작년에 위력을 발휘했던 '김승연 효과'대로 라면 앞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꿔도 좋을 듯한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의 올시즌 방문은 작년보다 더 빨랐다. 작년에는 시즌 초반 위기를 힘겹게 극복하고 5, 6월 잘 버티다가 맞은 2차 위기때였다면 올해는 시즌 초반 위기때 '김 회장 방문=승리' 효과를 봤다.
한화 구단에겐 김 회장의 방문이 더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화 관계자는 "결국엔 선수들 하기 나름이지만 회장님 방문으로 좋은 효과를 봤던 기분좋은 기억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면서 향후 판도에 기대를 걸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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