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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꼴찌 넥센, 무섭게 변했다

by 민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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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들은 요즘 탁구공을 치듯이 야구공을 때려요. 나무 배트가 아니라 알루미늄 방망이로 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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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 사직구장 1루쪽 덕아웃에서 만난 양승호 롯데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 타선 이야기가 나오자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크게 부담스러운 전력이 아니었는데,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양 감독은 "요즘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게 넥센입니다. 중심타선 뿐만 아니라 하위타선까지 폭발하니 상대팀 투수진이 배겨낼 수가 없어요. 우리 다음이 삼성인데, 삼성도 조심해야할 겁니다"라고 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넥센은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이택근이 복귀하고 김병현이 합류했으나, 전력이 눈에 띄게 세졌다는 평가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잠재력 있는 유망주가 비교적 많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넥센에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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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20% 소화한 17일 현재 넥센은 16승1무14패를 기록, 3위에 올라 있다. 2008년 팀 창단 후 5월에 3위에 랭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센은 주중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챙겼다. 올시즌 첫 스윕(3연전 전승)을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2년 프로야구가 개막한 후 지난 40일간 넥센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지뢰밭 타선, 쉬어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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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근의 가세와 박병호의 4번 기용, 그리고 5번에 배치된 강정호. 시너지 효과를 예상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 중심 타선은 8개 구단 최강으로 꼽힌다. 4번의 부담을 털어낸 강정호는 2012년 프로야구가 배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시쳇말로 미친듯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2홈런, 30타점으로 두 부문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강정호 앞에서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박병호 또한 24타점을 쏟아냈다. 이택근은 젊은 선수가 대다수인 넥센 타선의 정신적인 지주이다. 2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이택근은 "팀에 다시 합류해보니 후배들이 지는 것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택근은 중심타자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독려하는 리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구심점 없이 흔들렸던 넥센 타선이 이택근의 가세로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다.

중심타선의 폭발력은 강해진 넥센의 원동력. 그러나 중심타선만 강했다면 올시즌 넥센은 지난해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중심타선 뿐만 아니라 상위타선과 하위타선 구분없이 찬스 때마다 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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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의 첫 경기에서 7번 김민우가 프로 첫 만루포를 터트리더니, 프로 통산 홈런이 4개에 불과한 2번 장기영이 시즌 4호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롯데와의 3연전에서 뽑은 26점 중 12점이 6~9번 타순에서 나왔다.

땜질용 선수가 일을 냈다

올시즌 넥센은 외국인 선수 나이트과 헤켄, 강윤구 문성현 심수창으로 이어지는 5인 선발진으로 출발했다. 5월 들어 심수창이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문성현이 부상 때문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두 명의 선발요원이 빠졌지만 넥센의 선발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잘 나가는 팀의 특징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의 맹활약이다. 달리 말하면 뜻밖의 변수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었다는 뜻이다.

에이스인 나이트가 5승, 헤켄이 3승을 거두며 원-투 펀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심수창과 문성현 대신 뒤늦게 선발로 투입된 김영민과 장효훈이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김영민은 두 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7이닝 1실점,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2승을 챙겼다. 5월 12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장효훈은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5⅔이닝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다. 빼어난 투수 조련사로 이름난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 코치가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올시즌 31경기 중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게 무려 17차례다. 나이트가 8번의 등판 중 7번, 헤켄이 6경기 중 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넥센 선발진이다.

선발 투수가 길게 던져주면서 불펜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처럼 전반에 리드하다가 후반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일이 줄었다. 또 타선에 힘이 붙으면서 뒤지다가 후반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기가 많아졌다.

김시진 감독은 요즘 "모두가 함께 잘 해주고 있어 고맙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만큼 넥센은 투타 모두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최상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18일 삼성전에 첫 선발 등판하는 김병현까지 제 몫을 해준다면,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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