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검객' 남현희(31·성남시청·세계3위)가 안방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그쳤다.
남현희는 2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펼쳐진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플뢰레 펜싱선수권 결승에서 실비아 그루찰라(폴란드·세계 20위)를 맞아 연장 접전끝에 6대7로 분패했다. 3분씩 3피리어드, 15점을 먼저 내야 이기는 플뢰레 경기다. 3피리어드까지 9분간 단 6점(1피어리드 1점, 2피어리드 3점, 3피어리드 2점)에 그쳤다.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그루찰라와는 지난 10년간 수차례 마주친 사이다. 백전노장들답게 신중한 탐색전을 펼쳤다. 거침없는 공격 본능을 자랑하는 두 선수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그루찰라가 빠르고 역습에 강한 남현희를 경계했다. 2피어리드를 4-4로 마친 두 선수는 3피어리드에서 선제 점수를 잡기 위해 서로의 허점을 노렸다. 그루찰라가 먼저 2점을 올렸다. 종료 48초전 4대6으로 뒤지던 남현희가 전광석화같은 플래시 기술로 상대를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2점을 따라잡았다. 이어진 연장에서 남현희는 적극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연장전은 먼저 공격에 성공해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남현희는 발빠른 찌르기 공격으로 선제 득점을 노렸지만 오히려 상대의 역공에 휘말리며 결승점을 내줬다. 6대7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개인전-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남현희는 안방에서 열린 런던 전초전에서 금메달을 염원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필생의 라이벌'인 세계 1위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가 8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2위 엘리사 디 프란치스카(30·이탈리아)는 16강에서, 세계 4위 아리아나 에리고(24)는 4강에서 물러났다. 이탈리아 에이스들의 탈락 속에 어느 때보다 우승확률이 높아보였다. 남현희는 4강에서 지난달 상하이월드컵에서 베잘리를 꺾고 우승한 상승세의 아스트리드 구야르(프랑스·세계 9위)를 15대7로 꺾었다. 특유의 저돌적인 역습과 발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더블스코어로 제압했다. 결승에서 1점 차 승부에 분루를 삼켰다.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플뢰레 펜싱선수권 여자부 4강에 오른 선수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번대회 우승자인 폴란드의 실비아 그루찰라, 세계 2위 '이탈리아 에이스' 아리아나 에리고, 남현희 , 상하이월드컵 우승자 아스트리드 구야르. 1m70을 훌쩍 넘어서는 유럽 롱다리 선수들 틈에서 '땅콩 검객' 남현희의 당찬 존재감이 빛났다.
최명진 여자펜싱대표팀 코치는 "경기 내용적인 측면은 좋았다. 연장에서 우승을 놓쳐 너무 아쉽다"면서도 "오늘 8강에 오른 선수들 대부분이 런던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31일 러시아월드컵 이후 남은 2개월동안 훈련, 재활을 철저히 해 런던올림픽을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남현희를 발굴하고 키워낸 조종형 서울시청 감독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번 대회를 평가했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쟁쟁한 라이벌들과 맞붙어 최선의 경기를 펼쳤·1점 차 승부에 분루를 삼켰다. "남현희에게 런던은 아테네, 베이징에 이어 3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우리나이로 24세때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섰던 남현희는 이제 32살이다. 플뢰레 종목은 스피드뿐만 아니라 노련미가 중요하다. 정상급 선수들의 나이가 대부분 30대 중반이다. 정신적, 기술적인 면에서 '완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선수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잘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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