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리본을 우정으로 이었다.
20일 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월드컵 마지막 리본 결선 무대, 손연재(18·세종고)는 '아제르바이잔 에이스' 알리야 가라예바에 이어 두번째로 경연에 나섰다. 포디움에 들어서자마자 한발로 빨간 리본을 밟은 채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들었다. 올시즌 4연속 결선 진출을 이뤄내며 호평받은 리본 프로그램이다. 직전 불가리아 소피아월드컵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직전 곤봉 루틴에서 실수하며 7위(27.700점)에 그쳤다. 마지막 종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욕심도 컸다.
완벽한 자세를 잡은 채 우아하게 정면을 응시하던 손연재가 '삐'하는 시작 신호음이 울리자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거짓말처럼 리본이 뚝하고 끊어졌다. 좀처럼 보기 힘든 경우였다. 지난해부터 10여차례 월드컵,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한 손연재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연기를 계속할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난처해서 어쩔 줄 모르는 손연재를 향해 막 연기를 마치고 나가던 가라예바가 자신의 리본을 던져주었다. '우정의 손길'이었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가라예바의 리본을 들고 가까스로 연기를 마쳤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끝까지 혼신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상심한 채 포디움을 빠져나오는 손연재를 가라예바가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아제르바이잔의 톱랭커인 가라예바는 이번 대회 개인종합 7위에 오른 에이스다. 5위에 오른 손연재와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노보고르스크에서 함께 땀흘려온 동료다.
이날 타슈켄트월드컵을 생중계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세계 리듬체조팬들이 300여명이 몰려들었다. 손연재의 등장에 "귀엽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쏟아내던 팬들은 손연재의 안타까운 실수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위기의 손연재를 향해 지체없이 자신의 리본을 던져준 가라예바의 따뜻한 마음씀씀이에 실시간 댓글이 폭주했다. "가라예바는 무대 안팎에서 정말 훌륭한 체조선수" "가라예바는 정말 스위트하다"는 팬들의 찬사가 잇달았다.
손연재의 리본은 '타인의 수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규정상 '0점 처리' 되긴 했지만, 아찔한 순간을 함께 지켜낸 체조선수들의 우정은 아름다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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