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 3연패를 당한 삼성 선수단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주장 진갑용이 길었던 머리를 거의 군인 수준으로 짧게 자르고 22일 롯데전이 벌어지는 대구구장에 나타났다. 원래 해병대 군인 헤어스타일를 평소하는 권오준는 더 바짝 머리카락을 밀었다.
류중일 감독은 하루 전인 21일 극심한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극약처방을 했다. 더이상 두 선수에게 무한 기회를 주다가는 팀이 더 망가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류 감독은 "원래 최형우 같은 경우는 지난 10일 롯데전 이후 2군으로 보낼까 생각했는데 코치들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으니까 조금 더 보자고 해서 넥센전까지 왔다"면서 "재충전 기회를 주고 싶었다. 배영섭도 같은 이유에서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대신 김헌곤과 우동균을 2군에서 끌어올렸다. 2군에서 1군 출전 기회를 굶주렸던 두 선수가 깜짝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김헌곤을 중견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진갑용은 주장이다. 주장이 갑자기 삭발에 가까운 변신을 하고 나타나자 후배 선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진갑용(38)은 나이로 따졌을 때도 삼성 선수들 중 가장 많다. 진갑용은 그동안 팀이 부진해도 선수들에게 자주 잔소리를 하지 않아왔다. 선수들이 알아서 슬럼프를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고 한다. 진갑용은 "우리 이제 눈에 불을 키고 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더이상 구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삼성 선수단은 22일 롯데전을 앞두고 평소 보다 30분~1시간 정도 빨리 대구구장에 나와 훈련을 시작했다.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이승엽은 특타를 자청했다.
삼성이 넥센전 3연패로 의기의식을 갖고 바짝 긴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게 어떤 식으로 팀 성적에 영향을 줄 지는 남은 5월에 벌어질 롯데전, SK전, 한화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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