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명쾌한 답을 들려줬던 그의 방망이는 이상하게 침묵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두목곰' 김동주(36)는 올 시즌을 매우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던 부상도 말끔히 치료됐고, 새로운 감독 아래서 팀의 최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캠프에서 김동주는 "작년에는 여러 악재가 많아 팀이 좋은 성적을 못 냈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의 호언장담은 현실에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김동주는 4월 한 달간 비록 홈런은 못 쳤지만, 2할8푼3리에 8타점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두산도 승승장구했다. 지난 5월15일에는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두산은 이내 5연패에 빠져들었고, 5월 초부터 시작된 김동주의 타격부진도 점차 심각해졌다.
5연패 기간에 12타수 1안타. 전혀 4번타자 답지 않은 모습에 김동주는 물론 두산 김진욱 감독의 속도 타들어갔다. 결국 김동주는 지난 17일과 20일에 두 차례 선발에서 제외됐다. 지난 20일까지 치른 15경기에서 타율 2할2푼4리로 급격히 떨어진 결과였다.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김 감독의 배려였다.
베테랑 김동주는 연구하고, 고민하고, 논의했다. 그리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다. 바로 짧은 콘택트 스윙이었다.
결국, 길었던 침묵을 털어내려는 듯 '두목곰'의 방망이는 쉼없이 돌아갔다. 김동주는 22일 인천 SK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타점으로 전 타석 안타를 달성하면서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어냈다. 5연패로 추락하던 두산은 모처럼 4번타자의 이름값을 해낸 김동주의 활약과 선발 김선우의 5이닝 무실점 호투 덕분에 SK를 꺾고 다시 승수 쌓기에 나설 힘을 얻었다.
이전까지의 부진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뜨거운 타격감이었다. 코스와 구종에 상관없이 잡아당기고 밀어치며 4개의 안타를 뽑아낸 것이다.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중간 안타를 밀어친 김동주는 0-0이던 3회 2사 1, 2루에서는 다시 우중간 코스로 적시타를 쳐 선제 결승점을 뽑았다.
첫 두 타석에서 타격감 회복을 확인한 후 2-1로 추격당한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를 뽑았다. 앞선 두 개의 안타와는 달리 이번에는 잡아당긴 타법. 이어 김동주는 SK 선발 윤희상의 투구폼이 큰 점을 노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후속 최준석의 약간 짧은 듯한 우전 안타 때 홈까지 파고 들었다. 몸을 던진 투혼은 팀의 연패를 끊고 후배의 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김동주는 홈 쇄도에 대해 "최준석의 안타가 짧은 듯 했지만, 감을 살려주기 위해 홈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부진한 후배가 타점을 하나 올리면 기운을 찾을까 하는 배려였다.
김동주는 8회에도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4안타를 완성했다. 지난 2010년 5월27일 부산 롯데전 이후 726일 만에 한 경기 4안타를 완성한 순간이다. 김동주는 "큰 것보다는 짧게 안타를 많이 치려고 했다"고 타격감 회복의 비법을 밝혔다. 이어 "자기가 해야 할 몫을 다 해낸다면 우리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후배들과 함께 선전을 다짐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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