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먹을 게 좀 있으려나, 허허…."
23일 광주 구장. 가장 큰 관심은 '박찬호 vs 윤석민'의 선발 리턴 매치였다.
싱겁게 끝났던 지난달 첫 맞대결 이후 KIA 선동열 감독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법"이라고 했었다. 두번째 맞대결을 앞두고는 기왕이면 거물급 매치다운 '먹을 것 있는' 경기를 기대하며 농담을 던졌다.
통상 뜨거운 관심을 받는 빅스타 맞대결은 기대 이하의 결과가 많다. 집중되는 관심만큼 부담이 커져 원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득 선동열 감독의 현역 시절 심정이 궁금했다. 고인이 된 최동원 전 2군 감독과의 펼친 숨막히는 세차례의 맞대결. 영화 '퍼펙트 게임'의 소재가 될 정도의 명승부 열전이었다. 86년 4월 첫 대결은 선동열의 1대0 승리, 그해 8월 두번째 대결에서는 최동원의 2대0 승리였다. 87년 성사된 세번째 맞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15회 연장까지 간 끝에 2대2로 비겼다. 최고의 라이벌 명승부였다.
선동열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첫 경기는 '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겼다. 두번째 경기는 '이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졌다. 세번째 경기는 '내 공만 던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된 현재, 선 감독이 윤석민 같은 특급 투수에게 바라는 것은 세번째 마인드, '내 공만 던지기'다.
"프레셔(압박감)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선동열 최동원)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로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얼마만큼 상대보다 나 자신의 공에만 집중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조절 능력도 강조했다. "나는 불펜에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 경기를 망쳤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힘만 잔뜩 들어갔다. 오히려 불펜에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선 감독은 "(윤)석민이도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가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는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선 감독의 기대대로 '박찬호 vs 윤석민'의 리턴 매치는 첫 대결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5회까지 1-1의 팽팽한 승부. 선 감독 표현대로 '먹을 것이 있는' 빅 매치업 속에 무등구장의 밤이 뜨거워졌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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