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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타이드', 사실상 창단후 첫 1등에 닿았다

by 김남형 기자
넥센 박병호가 8회에 이택근에 이어 연속타자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잠실=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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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조류'가 마침내 그동안 닿지 못했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흘러들었다. 무려 1133일만의 단독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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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잠실구장. 경기전 넥센 김시진 감독은 "나도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 말했다. '크림슨 타이드', 넥센의 기세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그 물결을 지휘하는 감독마저 놀라고 있다. 그리고 잠시후 펼쳐진 경기에서 넥센은 8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패한 SK를 1게임차로 떨쳐내고 단독 1위가 됐다.

넥센이 단독 1위가 된 건 1133일만이다. 지난 2009시즌에 10경기째인 4월16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단독 1위가 된 적이 있다. 물론 시즌 초반에 몇경기 치르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단독 1위에 큰 의미가 없었던 타이밍이다. 따라서 시즌 36경기를 치른 현 시점에서 1위 등극은 넥센으로선 거의 창단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넥센은 2008년부터 리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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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에겐 정말 감격스런 1위 등극이다. 팀 창단부터 마치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존재'처럼 싸늘한 시선을 받았던 넥센은 그후 취약한 재정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KBO 가입금도 몇해가 지난 뒤 가까스로 냈다.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다른 구단에 선수를 팔아야하는 상황이 몇차례 나오면서 팬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후 '네이밍 스폰서'라는,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운영자금 조달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지금은 꽤 건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넥센은 늘 '약자'이자 '무시받아도 될 존재'라는 눈길을 받아왔다.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야구단이라는 특성은, 늘 "넥센 따위가 뭘~" 하는 얘기로 이어져온 게 현실이다. 게다가 창단후 한번도 4강에 들지 못했다. 팬층이 두터워지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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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넥센이 올시즌 들어 부쩍 늘어난 팬들의 함성 속에 단독 1위라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언제 또다시 순위가 하락할 지 알 수 없지만, 분명 넥센의 눈부신 성장은 기존 구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에선 이런 얘기도 나온다. "넥센 선수들이 그동안 팀성적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경기 경험을 해왔다. 역시 3,4년 정도 계속 뛰면 야구가 늘게 돼 있다." 넥센이 올해 야구를 잘 하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편으론 이같은 의견이 10구단 승인에 반대하는 몇몇 구단들에게도 경종이 될 수 있다. 반대파 구단들은 결국 새 구단이 리그에 참여하면 선수 자원을 빼앗긴다는 걸 우려한다. 그런 구단들을 향해 "어쨌든 넥센은 선수들을 성장시켰다. 있는 선수들도 키우지 못한 기존 구단들이 선수 빼앗기는 걸 걱정하는 건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하는 야구인들도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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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이날 연승 마감의 위기 속에서 또한번 일어섰다. 4-1로 앞서가던 넥센은 5회에 위기를 맞았다. LG 박용택에게 2점홈런, 곧이어 '큰' 이병규에게 중월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4-4 동점을 허용했다. 이런 분위기에선 홈팀 LG로 승부가 넘어가는 게 보통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 팀이 어디로 튈 지 나도 모른다"던 김시진 감독의 멘트는 현실이 됐다. 넥센은 6회 1사 만루에서 유한준이 우중간 적시타로 2점을 내며 6-4를 만들었다. 유한준의 전날까지 타율은 1할8푼2리. 이런 타자가 중요 순간에 결승타를 칠 수 있다는 건, 넥센 선수들 전반에 걸쳐 자신감이 넘친다는 걸 의미한다. 그후 넥센은 상대 견제 실책으로 2점을 더 뽑으며 8-4를 만들어 승기를 잡았다. 최종 스코어 10대7로 넥센 승리.

LG는 이틀 연속 넥센에 패하면서 시즌 상대전적서 1승6패로 완벽하게 밀린 상태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8승18패로 엄청난 열세다. 이날 경기에서도 LG 선수들은 넥센 상대로 뭔가 주눅든 것 같은 어이없는 플레이를 몇차례 저질렀다. LG는 이제 넥센을 만났을 때의 상대적인 피로감을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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