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헬맷을 집어던진 타자와 투수가 다음날 만나면 어떤 장면이 벌어질까.
넥센-SK전이 벌어진 30일 서울 목동구장. 경기전 3루쪽 넥센 덕아웃 뒤 로비에서 넥센의 외국인 투수 나이트와 SK 정근우가 두 손을 잡았다. 정근우는 전날 7회 나이트가 던진 공에 헬멧 뒤를 맞았다. 충격이 컸던 정근우는 홈쪽으로 걸어오던 나이트에게 달려드는 제스처를 취했고, 동료들이 막자 헬멧을 벗어던지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덕아웃에 있던 양쪽 선수들이 뛰어나오면서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최고의 선수답게 둘은 쿨했다. 정근우가 덕아웃 근처로 오자 이를 본 나이트가 손으르 내밀었다. 나이트는 "프로생활을 시작한 후 머리를 맞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사과했다. 그러자 정근우는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순간적으로 너무 아파 화가 났다. 죽는 줄 알았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정근우가 공을 맞고 고통스러워하자 홈 플레이트쪽으로 다가갔던 나이트는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간 건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경황이 없어 그때 사과도 하지 못했다.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모자를 벗어 사과를 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근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거듭 사과의 말을 전한 나이트는 "지난해부터 싱커를 던지고 있다. 몸쪽에 바짝 붙이려고 했는데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면서 제구가 안돼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 정근우가 최고의 타자라서 고의로 던졌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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