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속상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연구할 때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그간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입단 후 1군에 자리잡기까지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는다지만, 윤석민은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여러번 했던 선수다. 2007년에는 지독한 불운에 시달린 끝에 한 시즌 최다패(18패)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0년에는 롯데 홍성흔과 조성환에게 잘못 던진 사구가 '빈볼 시비'로 번지면서 큰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런 여러 수난을 이겨낸 윤석민은 어느덧 한국 최고의 에이스 반열에 우뚝 서게 됐다. 여러 시련을 통해서 더 강한 정신력과 배짱을 키운데다 끊임없이 구질을 개발하고,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그 결과 윤석민은 지난해 투수 4개부문 타이틀(다승, 탈삼진, 승률, 평균자책점)을 거머쥐면서 정규시즌 MVP가 됐다.
그러나 올해의 윤석민에게서는 지난해의 압도적인 위용을 찾아볼 수 없다. 31일 현재 윤석민은 9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2.91에 48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경기 등판 때까지의 성적(4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3 53탈삼진)과 비교하면 승리와 탈삼진 숫자가 크게 떨어진다.
이에 대해 윤석민은 3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작년보다 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윤석민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우선 직구의 볼끝이 작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두 번째로 슬라이더의 경우 135㎞정도 밖에 안나오는데 작년에 비해 최대 8㎞ 정도 느려진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경기당 삼진을 1~2개 밖에 못잡고 있는데, 이건 정말 심각한 징조다."
이런 부진은 왜 발생했을까. 윤석민은 스프링캠프에서 정상적으로 몸을 만들었고, 현재 부상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구속은 떨어지고, 상대 타자를 위압하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윤석민은 이강철 투수코치와 함께 원인 분석에 들어갔고 결국 해답을 찾아냈다. 윤석민은 "문제는 지난해와 투구폼이 달라진 데 있었다. 공을 세게 던지는 데만 신경쓰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투구폼이 변했다"며 "가장 큰 차이점은 투구 시 왼발을 내딛는 위치가 작년보다 한 뼘이나 더 왼쪽으로 틀어진 것이다"라고 밝혔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한 발을 투구판에 딛고, 다른 발을 앞으로 뻗어 땅에 디디며 공에 힘을 싣게 된다. 투구 시 발을 디디는 위치가 일정해야 투구밸런스가 유지된다. 일정한 투구폼을 가진 투수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늘 같은 자리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런데 윤석민이 발을 디디는 위치가 달라진 것이다. 윤석민은 "디딤발의 위치는 무척 예민한 부분이다. 1~2㎝만 달라져도 밸런스가 무너지는데, 나는 한 뼘이상 옆으로 벌어져 있었다. 그러다보니 몸이 빨리 열리고 공의 위력도 떨어진 것"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이를 고치기 위해 윤석민은 이날 이강철 투수코치와 함께 불펜에서 27개의 공을 던지며 투구폼 수정에 나섰다. 원래 불펜투구 예정일은 내일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정상 밸런스를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사실 부진할 때는 속도 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에 빠져들 때가 아니다. 그보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연구할 시기"라며 에이스다운 의연함을 보였다. 이런 의연함이야말로 시련을 통해 다져진 윤석민의 참모습이자 진짜 힘이라 할 수 있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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