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박병호를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시킨 LG는 지금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올시즌 김시진 넥센 감독이 박병호를 4번 타자로 쓰겠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야구인이 적지 않았다. 성남고 시절 4타석 연속 홈런을 기록하는 등 파워를 인정받았지만, 박병호는 2005년 LG 입단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선수 자원이 풍부한 LG에서 단 한 시즌도 풀타임으로 뛰지 못했다. LG는 지난 시즌 중반 주전 경쟁에서 밀린 박병호와 심수창을 내주고, 넥센으로부터 투수 김성현과 송신영을 받았다. 그런데 최고의 유망주라고 했던 김성현은 승부조작에 연루돼 유니폼을 벗었고, 송신영으로 한화로 이적했다. 트레이드의 성패는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하지만, 누가봐도 넥센이 남는 장사다.
선수마다 궁합이 맞는 팀이 따로 있는 법이다. 프로야구 막내 넥센과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 전반기 홈런 1개에 그쳤던 박병호는 넥센으로 이적한 후반기 12개의 대포를 가동,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인 13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능성을 알렸다면 올 시즌엔 넥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는 31일 목동 SK전서 3점 홈런(11호)을 포함해 2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볼넷 2개, 사구 1개를 기록하며 100% 출루했다. 1회말 1사 1,2루에서 SK 선발투수 제춘모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4월 15일 삼성전, 5월 9일 LG전에 이어 올시즌 3번째 한 경기 4타점이다. 올시즌 처음으로 40타점을 넘어, 42개로 이 부문 1위다. 물론,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2011년 31개)을 넘어선 지 오래다.
박병호는 31일 경기후 인터뷰에서 "요즘 잘 안 맞아서 예민했다. 이길 때는 잘 몰랐는데, 질 때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타격감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이 박병호를 4번 타자로 내세우면서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자신감을 갖고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러라"다. 박병호의 장점인 파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 사실 넥센으로선 3할 타자보다 거포 해결사가 필요했다. 박병호가 유일한 4번 타자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4번을 맡았던 강정호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올시즌 8개 구단 4번 타자 중 타순 변동없이 전 게임에 출전한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하다.
박병호는 타석에서 늘 당당하다. 스윙은 멈칫하는 법 없이 늘 호쾌하다.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 삼진을 당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에 들어오지 않는다.
김시진 감독은 시즌 전 박병호에 대한 기대치를 묻는 질문에 "타율 2할6~7푼, 25홈런, 70~80타점"이라고 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30홈런도 가능하다"고 했다. 31일 현재 타율 2할7푼7리, 11홈런, 42타점. 43경기를 치렀으니 경기당 1타점꼴이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김시진 감독이 기대했던 수치를 훌쩍 넘어설 것 같다. 100타점 이상도 가능하다. 3번에 이택근, 5번에 강정호가 버티고 있기에 상대투수가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리하다.
물론, 반드시 찾아올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풀타임 시즌을 처음 소화하는 선수들에게 여름은 고비다. 70~80경기를 치르고나면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지금부터 체계적인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또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다. 박병호로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이 모든 걸 극복해야 진정한 대한민국 대표 4번 타자가 될 수 있다.
목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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