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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병현을 바라보는 키워드, '냉정과 열정사이'

by 남정석 기자
◇2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롯데-넥센전을 앞두고 넥센 김병현(오른쪽)이 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다가 정민태 투수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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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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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팀 창단 최다인 8연승을 달리며 1위까지 치고 올랐던 넥센은 그 어느 해보다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관심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메이저리거 김병현의 존재감 때문이다. 잘던지든 못던지든 상관없이 김병현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1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나선 김병현은 다른 구장의 관심까지 빨아들인 '이슈 블랙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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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투구 하나하나에 취재진들뿐 아니라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이 커서였을까, 김병현은 4이닝을 채 마치기도 전에 8개의 4사구를 내주는 국내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했다. "내가 도대체 뭐하고 있나"라며 스스로도 한심하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김병현의 기용에 대해 미묘한 분위기 전환이 감지된다. 김병현의 첫 등판까지 냉정함을 유지했던 넥센 김시진 감독이 서서히 열을 올리는 사이, 김병현은 오히려 열정을 냉정함으로 바꾸고 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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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김병현

"지금 도대체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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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경기였나보다. 넥센 김병현은 2일 롯데전에 앞서 외야에서 흠뻑 땀을 흘린 후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표정은 별로 어둡지 않았지만, 전날 투구에 대한 자책감은 여전했다.

현재 6일 휴식 후 7일째 등판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팔 근육의 뭉침은 개운하게 풀리지 않고 있단다. 김병현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보니 안 아프게 던지려 신경쓰다보니 초반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공이 마음먹은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3회가 끝나고 전광판을 보니 4사구를 무려 8개나 줬더라.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란 허탈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병현은 "제대로 된 안타를 맞았으면 납득이라도 갈텐데, 4사구나 실책으로 대량 실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이렇게 던지면 수비들한테도 미안하고, 스스로도 용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마운드를 찾은 정민태 투수코치에게 "적어도 사도스키(4회 엉덩이 통증으로 자진 강판)보다는 오래 던지겠다"며 농담도 해봤다지만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던질 바에는 차라리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한번 건너뛸지 아니면 좋아질 때까지 마운드에 서지 않을지를 고민해 보고 있다"고까지 했다. 시즌 초 계속 2군에서 던질 때 "1군 실전에서 한번 부딪혀보고 싸우면서 헤쳐나가고 싶다"는 열정보다는, 현재와 같이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로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판단이 조금 앞서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로테이션에 빠지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김병현은 "하루 자고 일어나보니 팔도 괜찮고, 다시 던져봐야 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한 타임 쉬어가는 것은 너무 아쉽다"며 "이런 경기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며 단호함도 나타냈다.

열정적인 김시진 감독

"정상급 투수들도 며칠만 쉬면 근육이 뭉친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이자 명투수 조련사이기도 한 김시진 감독은 현재 김병현의 상태를 정상적인 페이스로 보고 있다.

김 감독은 "들쭉날쭉의 피칭은 예상했던 바이다. 초반 6~7경기에선 아무래도 완전히 정상 컨디션은 아닐 것이다. 몇년간 던지지 않았던 선수인데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다"라면서 "지금은 여전히 과정중이다. 아프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승리나 호투는 그 다음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1~2년 던질 투수가 아니지 않나. 올해보다는 내년, 그리고 내후년 계속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병현의 첫 등판까지 지극히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열정적으로 김병현의 지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현재 김 감독은 일주일에 한번씩만 김병현을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3번의 선발이 공교롭게 모두 금요일이어서 '프라이데이 피처'라 불릴 정도다. 그렇다고 다른 투수들의 로테이션까지 흐트러뜨리지는 않고 있다. 나이트나 밴헤켄 등 용병 투수들의 경우 4일 휴식 후 5일 등판이 최적의 스케줄이라 이를 고수하고 있으며, 다른 국내 선발진의 경우도 4~5일 간격을 지키고 있다. 김 감독은 "김병현의 다음 등판도 오는 금요일(8일) 혹은 그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병현의 투구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KNN 이성득 해설위원은 "아무리 동계훈련을 착실히 했다고 해도 몇년의 공백을 단시간에 메울 수는 없다"며 "그런 면에서 김병현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자신감은 여전하다. 계속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김병현이 '냉정과 열정사이'의 기류 속에서 향후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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