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강정호 등 중심타자들은 제 몫을 하고 있는데, 나머지 타선은 맥이 빠진 모습이다. 외국인 선발투수 나이트와 밴해켄은 잘 버텨주고 있는데, 나머지 선발들은 들쭉날쭉하고, 중간계투진과 마무리가 불안하다. 수비에서 미숙한 플레이가 벤치를 조마조마하게 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내세운 대타는 성공율이 1할대다. 2일 현재 23승1무21패로 4위 두산에 0.5게임 앞선 3위.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다가 주춤하고 있는 넥센의 최근 경기를 보면 꼴찌 한화 이글스가 연상된다.
시즌 개막에 앞서 한화와 함께 최하위 후보로 꼽혔던 넥센은 예상을 비웃 듯 한동안 펄펄 날았다. 지난 5월에는 2008년 팀 창단 후 처음으로 8연승을 달렸다. 상하위 구분없이 타선이 폭발하면서 롯데, 삼성과의 6연전을 모두 잡았다. 지난달 원정 롯데 3연전 때는 무려 26점을 쏟아내며 상대 마운드를 무너트렸다. 그때는 어느 팀을 만나도 질 것 같지 않았다. 한때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선두(개막 후 3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 기준)를 달렸다. 이택근과 김병현이 합류한 것 말고 이렇다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히어로즈의 선전을 '이변', '돌풍'이라는 단어를 동원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도 이상으로 오버페이스를 한 탓일까. 아니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고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일까. 8연승 이후 급격한 하락세다. 8연승 후 9경기에서 2승7패를 기록했다. 경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경제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게 연착륙이다. 달아오른 분위기를 적절하게 가라앉히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내려앉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넥센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9경기 데이터를 뜯어보자. 팀 타율이 2할2푼3리로 8개 구단 중 꼴찌다. 시즌 통산 타율 2할5푼3리와 무려 3푼 차이가 난다. 한때 3할을 웃돌았던 득점권 타율이 1할6푼4리로 내려앉았다. 득점권 타율 1할대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대타 성공률이 1할1푼1리에 그친 가운데, '테이블 세터' 1~2번 타자의 타율이 1할5리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타율 3할을 기록하며 중심타선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6~9번 하위타순의 타율도 2할7리에 그쳤다. 중심타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들 만의 활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경기 후반인 7~9회 타율이 1할9푼6리로 저조했다.
타격의 굴곡없이 6개월 간 팀 당 133경기를 치러야 하는 페넌트레이스를 끌고갈 수는 없다.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진 선수에게 휴식을 주거나, 타순을 조정해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등 일정 수준까지 관리가 가능하다. 물론, 감독과 타격코치가 해줘야할 일이다. 좋았을 때보다 안 좋을 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넥센은 최근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해 5.06을 마크한 한화와 함께 가장 나빴다.
이 기간에 선발 투수가 1승4패, 평균자책점 4.29, 구원투수진이 1승3패, 평균자책점 6.07을 기록했다. 못 때리고 못 막으니 이길 수가 없다. 8연승을 기록한 5월 23일 LG전까지 넥센의 팀 방어율은 3.85였다.
김시진 감독은 올시즌 목표를 4위, 포스트시즌 진출로 잡았다. 정규시즌 성적은 결국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7~8월 여름에 갈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넥센으로선 시즌 초중반 성적이 괜찮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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