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이렇게 해보려구요."
LG 서동욱은 스위치히터다. 현재 1군에 등록된 선수 중 우투양타는 서동욱을 포함해 총 5명. 하지만 이들 중 주전급 선수는 서동욱 뿐이다. 오른손투수와 왼손투수를 가리지 않고, 양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스위치히터는 분명 희소성을 갖고 있다.
이런 서동욱이 잠시 스위치히터 욕심을 내려놓는다. 서동욱은 13일 잠실 SK전부터 좌타석에만 들어서고 있다. 상대 투수가 왼손이어도 오른쪽이 아닌 왼손으로 타격한다.
이유는 우타석에서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이 늦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12일 경기서 5-8로 뒤진 2사 만루 서동욱 타석 때 대타로 정주현을 냈다. 서동욱 입장에서는 굴욕적일 수 있는 교체다. 정주현은 전문 대타가 아니고, 주로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서는 선수이기에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 다음 날 교체 이유를 밝히자 서동욱 역시 수긍했다. 우타석에서 밸런스가 좋지 않아 13일 경기서는 좌타석에서만 들어서기로 마음먹었다.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지만, 타구가 모두 외야로 향했다.
14일 잠실구장에서도 서동욱은 화제였다. 경기 전 타격훈련 때 서동욱은 김기태 감독, 김무관 타격코치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자꾸 오른발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서동욱은 이날 전격적으로 타격폼을 변경했다. 서동욱은 본래 오른발을 찍어놓고 치는 선수다. 현장에서 말하는 '찍어놓는다'는 말은 타격시 축이 되지 않는 발을 들지 않고 타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날 서동욱은 마치 정성훈을 보듯 오른발을 높게 들었다가 내딛으면서 배트를 돌렸다. 중심이동 타법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타격폼에 서동욱은 김 코치와 한참을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서동욱을 발견한 김 감독은 가까이 다가와 한쪽 발을 드는 시늉을 하며 장난을 쳤다. 서동욱 역시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타격 훈련을 이어갔다.
김무관 코치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 코치는 "요즘 중심이동이 너무 빨리 된다. 타구에 힘을 못 싣는다. 그래서 한번 들고 치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라며 "완전히 타격폼을 바꾼 건 아니다. 하나의 과정으로 보면 된다. 실전에서 일단 쳐보고, 다음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타격폼 변경, 어려움은 없을까. 김기태 감독은 이에 대해 "저렇게 계속 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루 이틀 안에 되는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박용택 같은 베테랑을 봐라. 항상 연구하지 않나. 여러가지 바꿔보면서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원래 상황에 맞게 여러 타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투수마다 공의 각도와 회전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타법이 있다"며 "배터박스 안에서도 투수에 따라 서는 위치가 달라진다. 나도 미세하게 바꿔가며 20가지 정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변신의 당사자 서동욱은 어떨까. "아직은 어색하다"면서도 "일단 당분간은 들고 치면서 부딪혀 보겠다"고 했다. 그럼 스위치히터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는 "오른쪽은 절대 버릴 수 없다"며 웃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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