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승리투수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LG의 6년차 왼손투수 이승우(24)는 시즌 전 '전력 외 선수'였다. 그런 그가 13일 잠실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자 LG 선수들 모두가 자기 일인양 기뻐했다. 넘어지고, 쓰러지며 잡아낸 데뷔 첫 승. 이승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력 외' 이승우, 굴러온 기회 놓치지 않았다
이승우는 지난 9월, 경찰청에서 제대하고 팀에 복귀했다. 의욕적으로 공을 던지다 군복무 중 수술받았던 팔꿈치 부위에 통증이 도져 전지훈련에 가지 못했다. 재활조에 포함돼 겨우내 진주 연암공대 야구장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구슬땀을 흘렸지만, 1군 마운드는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올시즌 LG는 '기회의 땅'이었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신임 코칭스태프는 이름값을 떠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 주목했다. 1군 선수단이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뒤, 2군에서 이승우에 대한 좋은 보고가 올라갔다.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습경기에서 뛰어난 제구력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LG는 선발투수가 필요했다. 경기조작 파문으로 선발투수 2명을 잃어 투수가 부족했다. 캠프 때 신예들을 육성했지만, 또다른 새얼굴이 필요했다. '생소함' 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었다. 1군 코칭스태프의 머릿속에도 없던 이승우는 보고 하나만으로 3월18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깜짝 선발등판 기회를 갖게 됐다. 테스트였다.
결과가 좋았다. 4이닝 무실점. 코칭스태프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이승우는 개막 두번째 경기였던 4월8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었다. 좌타자가 많은 삼성에 강한 모습을 보인 이승우를 '표적 등판'시킨 것이다. 또 한 번 4⅔이닝 무실점. 8회까지 침묵한 타선과 한박자 빠른 교체가 아쉬울 만 했다.
표적 선발이었기에 곧장 2군으로 내려갔지만, 두번째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월19일 청주 한화전에서 상대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9회가 되서 첫 점수를 내는 탓에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이승우를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승우는 변화무쌍한 LG 선발진 중에서 주키치(12경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1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주키치-리즈에 이어 사실상 3선발 역할이었다.
'왜 나만…' 멀고 먼 1승, 출발부터 꼬였다
2007년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입단한 이승우는 계약 직후인 2006년 10월 팔꿈치 수술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군 데뷔는 2009년. 당시 김재박 감독은 순위싸움에서 밀려나자 젊은 유망주들에게 계속해서 등판 기회를 줬다. 이승우도 5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승리없이 3패만을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무려 8.31이었다.
물론 잘 던진 때도 있었다. 그해 9월16일 13연승을 달리며 1위 KIA를 맹추격중이던 SK를 상대로 7⅓이닝 1실점했다. 하지만 결과는 2대2 무승부. SK는 남은 6경기에서 전승을 거뒀지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무승부=패'였던 당시 규정을 감안하면, 이승우의 호투가 SK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그때부터였을까. 유독 승리의 여신은 이승우 만을 외면했다. 공 1개를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는 행운이 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승우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호투한 날은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점수가 나 승리요건을 갖추기라도 하면, 야수들의 실책성 플레이가 속출했다. 이승우의 자책점이 모두 못 던져서 나온 건 아니었다.
마운드에 주저앉는 일이 많았다. '왜 나만 이럴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승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씩 이승우의 정신력을 갉아 먹었다. 하지만 한탄해봐야 달라질 건 없었다.
지금까지 불운은 성장통, 이제 시작이다
마음을 다잡으려던 차에 이승우는 주변에서 "너 지금 선발 로테이션에 들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차' 싶었던 순간이었다. 승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다른 투수들과 달랐다. 여기까지 온 것도 행운이었고, 감사해야할 일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간 뒤에도 승리는 오지 않았다. 지난 7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승리를 앞두고 5회 수비 실책에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이승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투수로서 주저앉아서는 안됐다. 오히려 내가 더 야수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거듭되는 불운 속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이었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16경기 만에 이승우에게 입을 맞췄다. 13일 경기에서 5이닝 4실점했지만, 이승우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있던 동료 야수들이 힘을 냈다. 이승우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8점이나 뽑아냈다. 타선이 점수를 뽑아내자 조금씩 첫 승 생각이 났지만, 그때마다 '이번 이닝만 잘 막자'는 생각으로 감정을 억눌렀다.
5회 1사 후 2점홈런을 맞고 흔들릴 기미가 보이자 김기태 감독이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 "승우야, 너 아니면 막을 투수가 없다. 네 손으로 막고 내려가자." 이승우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웃카운트 2개를 침착히 잡아냈다. 김 감독 역시 이승우의 첫 승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승리요건을 눈앞에 두고 이승우를 교체했던 일들이 스쳐지나갈 만 했다.
모처럼 폭발한 타선, '실책 0'의 완벽한 수비,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제구력으로 위기를 넘겨낸 이승우가 합작한 1승이었다. 이승우는 경기 후 연신 "감사합니다"는 말만 했다. "11번이나 믿고 맡겨주신 김기태 감독님, 차명석 투수코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형님들, 저 승리투수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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