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찬호가 또 분루를 삼켰다.
16일 인천 SK전에 11번째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호투를 펼쳤지만 또 운이 없었다.
6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쳤지만 7회 들어 살짝 흔들리면서 1-0 리드로 지켜오던 승리요건을 사수하지 못했다.
올시는 6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하고도 4패째(2승)를 안았다. 시즌 최다의 불운이다.
그동안 박찬호의 패전 경기를 살펴보면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
여기에 박찬호와의 대결에서 집요하게 괴롭히며 흔들리도록 만든 '천적'들도 보이지 않게 박찬호를 주저않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다.
이른바 박찬호 킬러들은 '하위파(하위타선)'와 상위파(상위타선)'로 대별됐다.
'하위파'의 대표주자가 이번 SK에서 두각을 나타낸 안치용이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1-1이던 7회 무사 만루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친 정근우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상대적으로 부담없이 상대하려고 했던 7번 타자 안치용 때문에 진땀을 뺐다. 안치용은 이날 박찬호를 상대로 3타수 3안타 1득점 순도 100%의 타격을 보였다.
박찬호는 이날 3회와 5회 1, 2루로 몰리는 위기를 맞았다가 간신히 모면했다. 이 때 꼬박꼬박 안타를 뽑아내며 찬스에 다리를 놓은 이가 안치용이다.
결국 안치용은 7회 박정권의 볼넷에 이어 타석에 나서 좌전 2루타를 치며 박찬호를 흔들었다. 이후 박찬호는 볼넷과 사구로 맥없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다잡은 고기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안치용만 없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절로 생기는 대목이다. 박찬호에게 2패를 안긴 삼성에는 8번 타자 조동찬과 진갑용이 있다. 조동찬은 지난달 29일 박찬호가 3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던 경기(10대2 승) 4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박찬호와의 2차례 경기에서 가장 많은 안타(5타수 3안타)를 뽑아낸 진갑용은 지난달 5일 8번 타자로 출전해 박찬호를 상대로 3타수 2안타 1득점을 뽑아내며 박찬호를 괴롭히는데 앞장섰다. 이날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지만 팀의 0대5로 패배로 고개를 숙인 박찬호는 진갑용의 안타가 실점위기로 자꾸 연결되는 바람에 체력소모가 더 컸다.
박찬호를 괴롭힌 '상위파'에는 롯데 전준우, KIA 김선빈, LG 정성훈 등이 있다. 전준우는 지난달 11일 한화전(15대9 승)에 3번 타자를 맡아 박찬호를 4이닝 7안타 3볼넷 6실점으로 조기 강판시킬 때 일등공신이었다. 1회 첫 타석에서 선취 솔로포를 터뜨린 전준우는 이후 두 차례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박찬호의 투구수를 늘려놓고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이는 곧 박찬호의 실점으로 연결됐다.
KIA 2번 타자 김선빈은 박찬호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팀내 최고의 맞대결 성적(6타수 4안타 1볼넷 1득점)을 선보였다. 이 때문에 박찬호는 KIA전에서 평균자책점 2.70의 호투를 하고도 2경기 모두 패전을 받아들어야 했다.
LG 정성훈은 지난 4월 18일 0-1로 뒤져있던 7회 박찬호에게서 결승 투런포를 뽑아내며 박찬호이 강판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전 2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던 정성훈은 4번 타자의 체면을 제대로 살렸고, 박찬호는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 패배를 안아야 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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