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윤요섭은 1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출전했다. 5번-포수. 남들에겐 별 것 아닌 한 경기일 수 있지만, 윤요섭에겐 남다른 경기였다. 지난 2010년 9월14일 잠실 한화전 이후 무려 644일 만에 포수로 선발출전했기 때문이다.
사실 윤요섭은 포수로서는 불합격점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도 왼손투수 상대 대타나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다. 한 방이 있는 윤요섭의 공격력 만큼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캐칭, 블로킹, 도루 저지 등 포수로서 보여줘야할 능력들이 한참 부족했다. '반쪽 짜리' 선수로 남아있었다.
지난 겨울 윤요섭은 포수로서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심광호 유강남 조윤준 나성용과 함께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 수비력에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포수 훈련 역시 팀 입장에서는 유사시를 대비한 차원이었다.
결국 윤요섭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부상 공백도 없는 1군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최동수가 1루수나 지명타자, 혹은 대타로 나서면서 윤요섭의 역할을 대신했다.
2군에서도 포수 마스크는 쓸 수 없었다. 유강남 조윤준 나성용이 포수 수업을 받기도 빠듯했다. 윤요섭은 매번 홈플레이트 대신 1루로 향했다. 과거 SK 시절부터 그의 공격력을 활용하기 위해 자주 나왔던 모습이었다. 지난 2010년 7월 SK가 4대3 트레이드에 윤요섭을 포함시킨 이유 역시 포수로서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수에 대한 꿈은 버릴 수 없었다. 지난달 24일 처음 1군에 올라온 뒤 윤요섭은 대타와 지명타자로 맹타를 휘둘렀다. 뒤늦게 1군에서 자리를 잡고, 윤요섭은 코칭스태프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바로 '본래 포지션인 포수로서 뛰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기회의 균등한 제공'을 표방하는 김기태 감독은 윤요섭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윤요섭은 지난주 세경기에서 포수로 나섰다. 비록 교체였지만 1이닝-3이닝-1이닝을 소화했고, 19일에는 처음으로 주전 마스크를 썼다. LG는 야수 엔트리 확보를 위해 베테랑 포수 심광호를 지난 15일 2군으로 내렸고, 윤요섭이 김태군에 이어 'No.2'가 됐다.
물론 주키치와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전담포수 역할을 했던 심광호의 2군행에 따른 출전이었다. 블로킹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포수로서 미숙한 부분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망이가 되는' 윤요섭은 매력적인 옵션이다. 올시즌 20경기서 타율 4할2푼9리(35타수 15안타)를 기록중이다. 장타율(5할4푼3리)과 출루율(5할2푼4리) 또한 뛰어나다. 대타로서의 능력(대타 타율 6할)과 찬스에 강한 면모(득점권 타율 5할)도 여전하다.
윤요섭이 1군에서 포수로서 뛰어줄 수 있다면, LG는 보다 효율적인 엔트리 운영이 가능하다. "계속 포수로 뛰어왔고, 앞으로도 포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윤요섭,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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