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사이에 운명의 끈이 보이는 듯 하다.
삼성의 특급 마무리투수 오승환(30)과 KIA의 '슈퍼루키' 박지훈(23). 7년을 사이에 두고 프로야구에 입문한 두 우완투수가 '평행이론'의 두 주인공이 되는 분위기다. 7년의 시차만큼 쌓인 경험치와 업적의 격차는 엄청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꽤 흥미로운 인연의 접점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승환-박지훈, 평행이론이 보인다
'평행이론'이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두 명의 인물이 비슷한 운명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이는 검증된 과학적 이론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링컨과 케네디가 정확히 100년 차이를 두고 각각 정계에 입문하고 대통령에 당선하는 등 전혀 다른 시대를 산 인물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이 발견되는 것을 근거로 만든 가설이다.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의 단골 소재가 될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것을 오승환과 박지훈 사이에 적용해보니 상당히 흥미로운 유사점들이 발견됐다. 단국대 7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각각 2005년과 2012년 삼성과 KIA의 1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다. 오승환이 입단할 때는 지역연고제가 존재하던 시기라 2차 1번이었고, 박지훈은 1차지명 이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인 두 사람은 프로 입문 후 선동열 감독에게 지도를 받는데, 그 시기도 미묘하게 비슷하다. 선 감독이 오승환을 본격적으로 지도한 2005년은 그의 프로감독 첫 해였고, 박지훈을 가르친 2012년은 고향팀 KIA에서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시즌이다.
두 명의 투수를 경험한 선 감독은 종종 박지훈에게서 오승환의 모습이 보인다는 말을 한다. 선 감독은 "박지훈은 말하자면 'KIA의 오승환'같은 존재다. 아직 신인이라 오승환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지만, 현재 팀내에서의 비중은 삼성에서의 오승환과 비슷하다"며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오승환이 삼성에서 프로 첫 시즌을 시작했을 때도 선 감독은 무한 신뢰를 보였다.
투구 스타일도 엇비슷하다. 서로 다른 투구폼과 구종을 지니고 있지만, 타자와 정면승부를 즐기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이 판에 박은 듯 흡사하다. 물론 7년 후배인 박지훈이 대선배 오승환의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닮으려 노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마운드에 선 신인투수가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란 매우 힘들다. 닮고 싶다고 해서 닮은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성향이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만 한다는 점도 흡사하다.
박지훈, 오승환처럼 클 수 있을까
신인 시절의 기록을 찾아보니 더 놀라운 유사점이 발견됐다. 박지훈의 프로 첫 시즌 현재까지의 기록이 7년전 오승환의 신인때와 거의 비슷했던 것. 박지훈은 20일까지 23경기에 나와 37⅓이닝 동안 10자책점을 내주면서 2승2패 6홀드에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2005년도 오승환의 등판기록을 찾아봤다. 그런데 오승환이 나선 23경기 까지의 기록을 정리해보니 박지훈과 거의 흡사했다. 당시 오승환은 23경기에서 37⅓이닝 동안 8자책점을 내주며 3승2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93이었다. 등판 경기수와 이닝은 완전히 똑같고 자책점은 오승환이 2점 더 덜 허용했다. 투구수는 오승환이 593개, 박지훈이 577개였다.
이 당시 오승환은 전문 마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의 박지훈처럼 1이닝 이상씩 소화하면서 전천후 필승계투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부터 서서히 마무리로서의 보직을 확정했다. 현재 박지훈도 필승계투지만, 향후 확실한 보직은 미정이다. 선 감독은 "길게 봐서는 선발이 어울릴 것 같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황이다. 오승환을 키워냈던 경험에 비춰 현재는 될수록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박지훈에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선 감독은 올 시즌 이후 박지훈의 선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박지훈이 '평행이론'으로 묶인 선배 오승환처럼 한국 프로야구에서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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