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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왕따'를 통해 본 인간의 광기-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by 김형중 기자
◇학원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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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는 딱 하나. 쇼파와 의자, 책상과 탁자가 놓여있는 학교 상담실이 전부다. 그러나 이 작은 공간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응축돼 녹아있는 소우주다.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니 부모…'(하타자와 세이고 원작, 김광보 연출)를 통해 보는 세상은 광기로 가득하고, 답답하고,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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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에 시달리던 여중생이 자살하고, 학생은 유서를 남긴다. 그 유서엔 다섯 명의 가해 학생 명단이 적혀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괴롭힌 적 없다'고 입을 맞추고, 학교 상담실에 모인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자살한 학생의 가정환경과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본질을 희석하려 한다.

메시지가 매우 강한 작품임에도 미스터리 형식을 도입해 긴장감 넘치게 드라마를 풀어냈다. 이 연극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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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유발하는 매개물은 죽은 학생의 유서. '우리 아이는 죄가 없다'고 강변하는 학부모들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교사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에 한 엄마가 유서를 라이터로 태워버린다. '유서가 없어졌으니 다 끝났다'고 얼버무리려는 순간, 제2의 유서가 도착한다. 첫번째 유서를 태워버린 아줌마는 이번엔 그 유서를 아예 먹어버린다. 그것으로 끝일까. 제3, 제4의 유서가 나타나고 몇몇 학부모의 양심 고백이 벌어지고, 이어 죽은 학생의 엄마가 등장해 절규하면서 상담실은 혼돈의 늪속에 빠진다.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 그룹에 가담하고, 표적이 된 아이를 때리고, 도시락을 엎어버리고, 심지어 원조교제까지 시키는 대담무쌍한 여중생들. 리얼 다큐를 보는 듯한 착각속에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걱정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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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여중생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부모들은 모두 악(惡)이란 관점에서 한통속이다. 작가는 인간성에 내재한 악의 근원을 심도있게 파고드는 대신 "아이가 잘못했으면 바로 잡는 게 부모의 도리"라는 '양심 고백' 학부모의 대사를 통해 언뜻 무력해보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필요한, 한가닥 해결책을 제시한다.

손숙 박지일 박용수 길해연 이대연 서은경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속물적 이기심과 자기 모순에서 비롯된 광기의 색깔이 캐릭터별로 세분화되고, 에너지가 조금 더 강해진다면 더 깊은 인상을 남길 것 같다. 7월29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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