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올림픽 5회 연속 진출을 향해 험난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이호근 감독의 한숨이다. 이 감독이 안타까워 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전 신세계 소속 대표선수인 김지윤과 김정은이다.
신세계 농구단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해체를 발표했다. 여자농구계의 위기였다. 뒤이어 김원길 전 총재 등 지도부의 사퇴로 '수뇌부 공백' 사태까지 맞았다. 5개 구단 단장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지휘를 맡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세계 농구단을 인수할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선수단을 존속시키기로 한 7월31일까지는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다.
김지윤과 김정은은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런던행 티켓으로 소속팀 문제에 대한 분위기 반전을 노리겠다고 것이라 했다. 비단 신세계 인수 문제만 걸린 것이 아니었다. 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된 '맡언니' 김지윤은 "대표선수들 모두 신세계만의 문제가 아닌, 여자농구 전체의 위기로 느끼고 있다"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 여자농구에 대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여자농구 이슈화를 위해서는 올림픽에서의 선전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지나친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베테랑 김지윤은 그간 보여줘왔던 민첩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파이팅은 여전하지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모잠비크와의 첫 경기에서 9분41초, 크로아티아전에서 10분16초를 뛰는 데 그쳤다. 최윤아가 김지윤 대신 경기를 리드하고 있지만, 체력 부담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볼의 출발점부터 엇박자가 시작된다.
김정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김정은은 변연하와 함께 득점을 책임져줘야 하는 실질적인 에이스다. 하지만 정규시즌 2년 연속 득점왕의 위용은 사라졌다. 모잠비크전에서 12득점, 크로아티아전에서 10득점에 그쳤다.
낮은 득점보다 더 큰 문제는 성공률이다. 모잠비크전서 2점슛 8개 중 5개를 넣어 63%를 기록했지만, 정작 터져야할 3점슛은 6개를 던져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전에서는 3점슛 7개를 던져 2개를 넣었지만, 2점슛 성공률이 17%(6개 시도, 1개 성공)에 그쳤다.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이호근 감독은 팀의 기둥과도 같은 둘의 동반 부진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 게다가 둘은 해체된 뒤에도 충분히 새 소속팀을 찾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다. 팀 해체로 인한 상실감을 최종예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독이 된 모습이다.
올림픽 티켓을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프랑스와의 경기가 30일(한국시각) 새벽으로 다가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하은주는 없다. 이유야 어찌 됐든 더이상 미련은 갖지 말자.
유럽의 장신숲에서 고군분투하는 신정자 정선화 강영숙을 위해선 고비 때마다 외곽슛 한 방이 절실하다. 김지윤의 노련한 경기운영과 볼배급, 그리고 김정은의 3점슛이 필요하다. 부담을 털어내야 결과 역시 따라올 것이다.
앙카라(터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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