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6)를 보면, 마치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오래전부터 그 역할을 해온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시즌 중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박병호는 2005년 프로선수가 된 후 한 번도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다.반환점에 이른 올시즌을 돌이켜보면, 이런 착각이 들만도 하다. 박병호는 4월 7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부터 6월 28일 두산전까지 66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나섰다.
다른 팀의 4번 타자들이 부상과 타격 부진, 팀 내부 사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결장하거나, 4번을 내줬지만 박병호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4번 타자 1명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끌고 가고 있는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28일 현재 전 경기 출전 선수는 박병호를 비롯해 두산 정수빈과 LG 오지환, KIA 김선빈, 롯데 황재균 등 5명. 물론, 명실상부한 4번 타자는 박병호 뿐이다. 중압감이 심한 4번 타자이기에 더 눈에 띄는 전경기 출전이다.
타율 2할8푼9리, 16타점, 58타점, 장타율 5할8푼7리. 홈런은 공동 2위, 장타율은 단독 2위, 타점은 한 달 넘게 1위다. 팀의 주축타자, 해결사로서,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맹활약이다. 풀타임 첫 해 기라성같은 강타자들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4번 타자가 된 것이다.
김시진 감독이 시즌 전부터 "우리 팀의 4번 타자는 박병호 밖에 없다. 헛스윙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르라고 주문했다"며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자신감을 심어줬지만 누구도 이정도로 잘 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풀타임 4번 타자 첫 해에 어려움도 많다. 넥센은 올시즌 3번 이택근-4번 박병호-5번 강정호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했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이들 셋이 함께 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택근과 강정호가 앞뒤에 버티고 있으면서, 박병호는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택근(32)이 오른쪽 손바닥 부상으로 최근 몇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강정호(25)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런데 상대 투수의 견제보다 더 힘든 게 중심타자로서의 중압감이었다. 4번 타자의 숙명이었다.
박병호는 "택근이형이랑 정호가 없을 때는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배트가 공을 따라가곤 했다. 아직도 내가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느꼈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은 선수다"고 했다.
박병호는 28일 두산전 도중 허리 통증으로 교체됐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기에 당장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모든 상황이 생소한 첫 풀타임 4번 타자 박병호는 "풀타임 4번 타자라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실감하고 있다. 내가 잘 관리한다고 해서 모든 게 잘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에게 타율 2할7푼, 25홈런, 70~80타점을 기대한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이 지금 그리고 있는 박병호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로 바뀌고 있는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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