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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스, 벽을 허물자]③해외사례, 모든 문제는 경기장 안에서 푼다

by 박상경 기자
◇지난 6월 9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유로2012 폴란드-그리스전에서 폴란드가 선제골을 넣자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다. 바르샤바(폴란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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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서포터스 문화의 근간인 유럽의 서포터스 문화는 구단과 대립하는 권력집단 역할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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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경기장 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뿐, 외부에서 실력행사를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단 정책이나 팀 성적에 불만이 있더라도 그라운드 바깥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팬의 조직일 뿐이다. 그라운드 바깥에서 서포터스 조직끼리 패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살인까지 이르는 살벌한 이야기는 구식이 된 지 오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만 봐도 알 수 있다. 맨유 서포터스는 2000년대 중반 구단이 미국 거대 자본인 글레이저 가문에 예속되자 조직적인 반발을 하게 된다. 구단에 청문회를 요구하거나 선수단 버스를 에워싸는 실력행사는 하지 않았다. 대신 맨유 창단 초기의 색깔인 노란색과 녹색이 가미된 스카프를 경기장에서 흔들면서 '초심을 잃지 말고 본연의 모습을 지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굳이 힘을 쓰지 않더라도 파급력은 상당했다. 맨시티가 태국 총리이자 사업가인 탁신 친나왓에게 인수될 당시에도 팬들은 경기 중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리즈 유나이티드나 포츠머스가 재정파탄으로 위기에 몰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구단과 팬이 해야 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이들 역시 구단 주식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를 낼 위치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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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일본도 마찬가지다. 서포터스는 경기장 내에서 뜻을 표출할 뿐, 바깥으로 이슈를 가져가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에서는 구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도야마, 야마가타, 니가타, 삿포로 등 적설량이 많은 일부 지역을 연고로 하는 구단의 서포터스들은 '눈 치우기' 봉사활동이 정례화 되어 있다. 구단에서 자본을 활용해 눈을 치우는 것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훈련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삿포로 구단 서포터스는 2001년부터 서포터스와 지역민이 경기장과 연습구장 잔디를 관리하는 자원봉사도 펼치고 있다. 종합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감바 오사카의 서포터들은 "구단의 위상에 걸맞는 경기장을 갖자"며 전용구장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진행 중이다. 적자에 허덕이다 해체 위기까지 몰렸던 오이타 트리니타, 쇼난 벨마레의 서포터들은 언젠가 다가올 1부 승격을 위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 축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J-리그 서포터들도 구단 성적과 행정에 불만이 있으면 이를 표출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K-리그에 내년부터 승강제가 시행되면 구단이 지역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과 서포터스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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