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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 살린 잠실구장, 투수에겐 어떤 효과 있나?

by 이명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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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만 오면 편안해지는 투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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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이 4일 잠실 LG전에서 7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5패)째를 올렸다. 올시즌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지만, 이상하리 만큼 잘 풀리지 않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다. 하지만 마치 '약속의 땅'을 만난 듯, 잠실 원정을 오니 펄펄 날았다.

2012년, 불운에 운 '잠실벌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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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찬에게 잠실 원정은 정말 기분 좋은 원정길이다. 선발투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0시즌 중반부터 그랬다. 차우찬은 그해 선발진의 줄부상 속에 6월 중순부터 선발 자리를 꿰찼고, 10승(선발승 9승)을 채우며 승률왕을 차지했다. 10승 중 2승이 잠실에서 거둔 승리였다. 선발등판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80. 완투승도 한 차례 있었다.

출발이 좋아서일까. 2011년엔 잠실만 오면 류현진, 김광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좌완투수가 됐다. 5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09. 대구 홈경기서 12경기에 등판해 4승(4패)을 수확했음을 감안하면, 잠실 페이스는 가히 놀랍다. 차우찬은 2년 연속 10승을 올렸다. 잠실에서의 호투가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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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칭호를 받기 시작한 올시즌, 차우찬은 불운했다. 4월7일 대구에서 열린 개막전서 LG '큰' 이병규(배번9)에게 만루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 날로 털어버렸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두번째 등판이었던 4월15일 대구 넥센전에서 박병호에게 또다시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만루홈런 트라우마'로 부를 만 했다. 한 번에 4점을 내주는 것은 투수에겐 치명타다. 결국 4월 말 2군으로 내려가 한 달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불펜에서 선발 복귀 점검을 받던 지난달 10일 인천 SK전에선 정근우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 올려 부담없이 던지도록 한 삼성 코칭스태프는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상대는 홈런타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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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홈런왕' 차우찬, 잠실에서 안락함을 느끼다

차우찬은 매력적인 투수다.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투수다. 긴 이닝을 소화할 체력도 충분하다. 여러모로 왼손 에이스의 조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큰 단점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 공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스피드가 있어도 볼끝이 지저분한 스타일은 아니기에, 상대 타자의 배트 중심에 맞았다간 어김없이 장타로 이어진다. 특히 불리한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공을 던졌다 홈런을 허용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 피홈런 공동 1위(22홈런)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올시즌에도 만루홈런 3개 포함 총 8홈런을 허용했다. 피홈런 공동 5위에 올라있지만, 오랜 시간 2군과 불펜을 전전한 것 치곤 높은 수치다. 차우찬보다 홈런을 많이 허용한 투수들은 모두 80이닝 이상 소화한 고정 선발투수들이다.

이런 그에게 잠실구장은 '안락함'을 준다. 가운데 펜스 125m, 좌우 펜스 100m. 잠실구장은 프로구장 중 가장 넓은 그라운드를 갖고 있다. 자연스레 투수에겐 피홈런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보다 작은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도 외야 플라이로 잡힐 때가 많다.

잠실에서 4승을 수확한 지난해, 차우찬은 피홈런 22개 중 6개를 잠실에서 허용했다. 하지만 홈런과 관계없이 호투했다. 홈런을 맞고도 심적 부담 없이 공을 던졌다. 또한 솔로홈런 3개, 2점홈런 3개로 주자가 모였을 땐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차우찬 말고도 비슷한 사례는 있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로 이적한 뒤 환골탈태한 유원상은 한화 시절보다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린다. 규모가 작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대전구장을 홈으로 썼던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 궁합이 잘 맞는 팀으로 이적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잠실은 장타 허용이 많은 투수들에겐 확실히 편한 구장이다.

잠실은 이제 '치유의 땅'

지난달 15일 차우찬은 잠실에서 선발 복귀전을 가졌다. 5⅔이닝 3실점.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그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 보면, 치유의 계기가 된 등판이었다. 차우찬은 그 다음 등판인 21일 대구 KIA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첫 선발승을 거뒀다. 잠실에서 자신감을 얻어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7일 대구 SK전에서 6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또다시 피홈런이 문제였다. 무명에 가까운 SK 김성현에게 투런포를 맞았다.

4일 경기를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이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호투와 부진이 거듭될 때, 연승을 하거나 확실히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나와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또한 '약속의 땅' 잠실에서 잘 던져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차우찬은 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승리투수가 된 뒤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다. 오늘을 계기로 나 자신도 살아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미소 속에서 자신감을 찾은 그가 보였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7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경기에서 삼성 차우찬이 6회 김성현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하고 아쉬운듯 고개를 떨구고 있다.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6.27
7일 대구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개막전이 열렸다.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엘지 이병규가 우월 만루포를 터트리자 삼성 선발 차우찬이 망연자실해하고 있다.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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