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외국인 명품 투수들의 맞대결, 명불허전이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2만7000명의 야구팬들은 숨막히는 최고의 투수전을 감상하며 야구의 묘미에 흠뻑 빠졌다.
그 어느 라이벌전보다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한지붕 두가족 LG와 두산의 맞대결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 양팀의 선발은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외국인 투수 주키치와 니퍼트. 시작 전부터 두 투수의 뜨거운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장맛비로 타자들이 경기를 치르지 못해 타격감이 떨어진데다 날씨까지 뜨거웠다. 또 주키치와 니퍼트 모두 한국생활 2년차. 이 경기가 얼마나 각 팀에 얼마나 중요한 일전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질 것이 뻔했다. 두산은 올시즌 LG와의 상대전적이 1승7패로 절대적인 열세였다. LG는 두산과의 라이벌전에서 패한다면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치명타가 될 게 뻔했다. 개인적인 명예도 걸려있었다. 두 사람 모두 9승을 기록중이었다. 이날 경기의 승자가 올시즌 첫 10승 고지를 밟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두 투수는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7이닝씩을 소화했다. 결과는 무승부. 주키치가 실점 없이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춰 판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두산 타선이 9회말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 모두 10승 고지 점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두 사람의 집중력이 빛났다. 주키치와 니퍼트 모두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주키치의 경우 안타를 5개 허용한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컨트롤이 흔들리며 볼넷을 4개나 내줬다. 전체적으로 두산 타선이 니퍼트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스스로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상대적으로 LG 타자들은 니퍼트 공략을 제법 잘해냈다. LG 타선은 니퍼트를 상대로 7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실점 위기에서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했다. 과감한 승부로 삼진을 솎아내는 등 위기를 넘기며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주키치와 니퍼트 모두 이닝이 끝난 후 호수비를 펼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느라 바빴다.
결국 두 사람의 승부는 실투 하나가 가를 뻔 했다. 니퍼트는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병규(9번)를 만났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한가운데 느린 커브를 던졌다. 하지만 베테랑 이병규를 상대로는 좋지 않은 수였다. 이병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커브를 당겨쳤고 공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하지만 9회초 LG가 동점을 내주는 순간, 주키치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렇게 양팀의 경기는 팽팽했던 두 사람의 투수전처럼,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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