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US여자오픈은 세계여자골프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남자골프만큼 역사가 길지 않은 여자골프는 타이틀 스폰서에 따라 메이저대회도 바뀌어 작년부터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이 4대 메이저대회로 인정받고 있다.이 중에서도 US여자오픈은 1946년에 시작돼 다른 메이저대회에 비해 역사가 가장 길다.
그런 US여자오픈이 한국선수들에게 결실의 대회가 됐다. '얼짱골퍼' 최나연(25·SK텔레콤)이 올해 우승컵이 입을 맞추며 역대 US여자오픈에서 한국인 챔피언은 박세리(1998년),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까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지금까지 수확한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모두 14개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001년 박세리(35·KDB금융그룹), 2005년 장 정(32·볼빅), 2008년 신지애(24·미래에셋)가 우승했다.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2004년 박지은(33·스포티즌), 2012년 유선영(26·정관장), LPGA챔피언십에선 1998년과 2002년, 2006년 박세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나머지 6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컵은 모두 US여자오픈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이 대회에서 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나라다. 미국이 49회, 한국 6회, 스웨덴 4회, 호주 3회, 잉글랜드 2회, 프랑스와 우루과이가 각각 1회를 기록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국가는 이들 7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선수들과 US여자오픈의 인연은 1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세리는 당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18홀 연장전을 치르고도 승부를 가르지 못했다. 서든데스 2번째홀까지 이어지는 혈전 끝에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박세리의 '맨발샷'은 당시 IMF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난을 겪은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이번 대회는 박세리가 맨발로 워터 해저드에 들어가 트러블샷을 한 바로 그 블랙울프런 골프장의 챔피언십 코스(파72)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박세리 쾌거 이후 US오픈은 한국 선수들에게 자주 우승을 허락했다. 2005년에 김주연(31)이 환상의 18번홀 벙커샷으로 버디를 잡아 우승을 따냈고 2008년 박인비(24), 2009년 지은희(26·팬코리아) 등이 계보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아예 한국 선수들끼리 연장전을 펼치기도 했다. 유소연(22·한화)은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26·하이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태극낭자들은 왜 이렇게 유독 US여자오픈에서 강세를 보일까. 한국선수들은 서양선수들에 비해 장타를 치지 못 한다. 그러나 정교함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정교함을 바탕으로 정확히 페어웨이를 공략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강조해온 탄탄한 기본기가 받쳐줬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메이저대회의 중압감에도 중요한 순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웬만해선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한국 여성 특유의 두둑한 배짱 덕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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