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5·SK텔레콤)은 지난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다.
한국에서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국내 K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렸던 실력은 미국에서도 빛났다. 지난 2009년 9월에 열린 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통산 5승과 함께 상금 랭킹은 상위권을 유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나연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었다. 바로 '메이저 무관'이었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LPGA 챔피언십 등 4개 대회다. 최나연은 이들 대회에서 몇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날 주저앉은 경우가 많아 '새가슴'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만 했다.
그랬던 최나연이 마침내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나연은 9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72·6954야드)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4라운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58만5000달러(약 6억6500만원)를 받았다. 14년전 박세리(35·KDB금융)가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한 같은 코스에서 정상에 올라 기쁨은 남달랐다. 우승 후 최나연은 "14년 전인 10세 때 TV로 박세리 언니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승할 줄은 몰랐다. 언니와 같이 이 곳에 있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고 영광스럽다"며 "박세리 언니는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말했다. 최나연의 우상인 박세리는 18번홀 그린에서 최나연을 기다렸다. 최나연이 우승을 결정짓자 샴페인을 들고 그린까지 뛰어나간 박세리는 "장하고 자랑스럽다"며 후배를 축하해줬다.
3라운드까지 8언더파를 몰아친 최나연은 2위에 6타 앞선 상황에서 4라운드를 맞았다. 큰 실수만 없다면 우승이 가능했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우승이 눈앞에 보이자 흥분했다. 최나연은 "3라운드 성적이 너무 좋아 기분이 업(Up)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들떠 있던 기분을 가라앉히는데 성공했다.
4라운드 도중 위기도 있었다. 10번홀(파5)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시쳇말로 '멘붕(멘탈 붕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위 양희영((23·KB금융그룹)과 순식간에 2타차로 좁혀졌다.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최나연은 이후 침착하게 버디 사냥을 이어가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박세리는 맨발 샷, 최나연은 갈대 샷.
지난 98년 이 대회에서 박세리는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에서 공이 워터 해저드 근처에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1벌타 드롭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골프화와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드러난 박세리의 하얀 맨발은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그 자체였다. 결국 박세리는 이 트러블샷을 멋지게 성공시킨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나연도 이날 우승을 결정지은 극적인 샷이 있었다. 12번홀(파4)에서 유틸리티 클럽으로 친 두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휘어졌다. 공은 길고 깊은 갈대밭으로 들어가 버렸다. 최나연은 1벌타를 받고 드롭하는 쪽으로 처음엔 생각했다. 하지만 드롭하지 않고, 직접 샷을 했다. 억센 러프에 걸려 있던 공을 웨지샷으로 꺼냈다. 그린에 떨어진 공은 핀으로 굴러 5m 앞에서 멈췄다. 최나연은 천금같은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앞서 10번홀 트리플 보기에 이어 라운드를 망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나연은 강한 집중력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세리는 공동묘지. 최나연은 카운셀러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고 말한다. 기술만큼이나 정신력이 샷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이다. 14년 전 박세리는 LPGA 투어 데뷔 첫 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정신력은 전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사였다. 당시 유명했던 이야기가 바로 박세리의 '공동묘지 훈련'이었다. 아버지 박준철씨가 박세리의 담력을 키우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에서 스윙 연습을 시켰다는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왔다. '박세리 키드'중 한명인 신지애(24·미래에셋)도 공동묘지 훈련을 따라했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지나 박세리는 "공동묘지 훈련은 와전된 부분이 있다. 아버지가 골프장에서 연습을 마친 뒤 체력훈련 삼아 걸어 내려오게 했는데 당시 카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드문드문 무덤이 있어 무섭기도 했다는 말이 부풀려졌다"고 설명한 뒤 "어쨌든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내기를 하게 하는 등 승부욕을 키워주셨다"고 했다. 박세리가 어릴 때부터 강한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훈련을 했던 것은 사실.
세월이 지나 최나연은 좀 더 과학적인 멘탈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최나연은 3년전부터 심리 컨설팅 회사인 '비전54' 소속의 카운셀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최나연은 미국인 여자 심리 컨설턴트인 린 매리어트와 피아 닐슨의 도움을 받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훈련 기간엔 직접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시즌중엔 전화 통화로 상담을 받는다. 비용은 1시간에 1000달러(약 120만원). 꽤 비싸지만 최나연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매리어트와 통화를 했다. 매리어트는 "골프는 5~6시간 하는 경기지만 게임에 집중하는 것은 불과 10분 정도"라며 "한 샷을 하는데 불과 7초 안팎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또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땐 하늘을 쳐다 보고 심호흡을 해라. 그리고 하늘을 보라"고 알려줬다. 실제로 최나연은 트리플 보기를 범한 뒤 과자를 먹고 물을 마셨다. 또 캐디와 여행, 자동차 이야기를 하며 나빴던 상황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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