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넥센 히어로즈 관계자에게 이번 시즌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비결을 묻자 "최근 몇 년 간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을 한 번 살펴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의 막내인 히어로즈는 재벌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다른 팀처럼 공격적인 선수 영입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2008년 팀 출범후 한동안 장원삼 이택근 등 주축선수를 팔아 연명한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겨울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택근을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 처럼 전략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다. 한해 구단 운영비가 200억원 수준으로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같은 빅클럽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히어로즈가 만만찮은 팀, 쉽게 지지 않는 팀, 젊은 선수가 주축이 돼 활력이 넘치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효과적인 트레이트를 통한 전력 보강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보통 트레이드의 성공 여부는 2~3년 뒤에 결론이 난다고 한다. 반짝 트레이드 효과를 가지고 트레이드의 성패를 판단할 수 없다. 단기적인 전력 보강도 중요하지만, 멀리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 영입의 효용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히어로즈의 선수 트레이드는 성공적이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팬들의 반발도 뒤따른다.
일사천리로 트레이드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양팀의 포지션별 선수 구성, 추구하는 팀 컬러 등 다양한 요인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두 팀이 트레이드를 통해 포기해야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득이 많다는 믿음이 있을 때 선수 교환이 성사된다.
최근 3년 간 히어로즈는 트레이드를 통해 근육을 키웠다.
트레이드 성공의 대표적인 사례가 박병호와 심수창 영입이다. 지난해 7월 투수 송신영과 김성현을 LG에 내주고 박병호와 심수창을 받았는데, 대박으로 이어졌다. 2005년 LG에 입단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박병호(26)는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 지난 시즌 후반 합류해 13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박병호는 올시즌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프로야구 8개 구단 최고의 4번 타자로 인정받고 있다. 7월 9일 현재 타율 2할9푼1리(16위), 16홈런(공동 3위), 62타점(1위)을 기록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LG에서 겉돌고 있던 박병호를 4번 타자감으로 점찍고 전략적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런 구단의 전폭적인 신뢰가 잠자고 있던 박병호의 능력을 깨운 것이다.
히어로즈는 2010년 7월 롯데에 황재균을 내주고, 내야수 김민성, 투수 김수화를 데려왔다. 이 트레이드 또한 성공작이라는 게 히어로즈의 평가다.
수비 폭이 넓은 김민성(24)은 2루수와 3루수, 유격수가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다. 올시즌 주전 2루수가 유력했으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서건창이 자리를 잡자, 3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주전 유격수 강정호의 백업으로 활약이 가능하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김민성은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9리, 2홈런, 11타점, 2도루를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투수 전유수룰 내주고 SK에서 영입한 포수 최경철(32) 또한 팀 전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경?의 가세는 주전 포수 허도환(28)에게 자극제가 됐고, SK 시절 주로 2군에 머물렀던 최경철은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현재 허도환과 최경철이 번갈아가며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트레이드는 최경철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히어로즈의 트레이드를 보면, 현재 선수의 능력보다 잠재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팀에서 소외받았던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히어로즈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남다른 능력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히어로즈는 9일 내야수 오재일을 두산에 내주고, 외야수 이성열을 받았다. 히어로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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