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김학범 감독 체제로 본격 전환했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K-리그의 지략가로 이름이 높은 김 감독이지만, 단기간 내에 나락에 빠진 팀을 구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존재했다. 김 감독은 이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1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의 2012년 K-리그 20라운드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북중미-남미 축구연수를 떠났다가 9일에 귀국한 김 감독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단 이틀 만에 강원은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 했다. 대전전은 앞으로 전개될 '김학범식 강원 축구'의 면모를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미세한 변화로 힘을 끌어낸다
강원은 그동안 여러가지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4-4-2 전형을 기본으로 4-5-1, 5-4-1, 3-4-3 등 다양한 변화를 줬다. 김 감독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 일화를 이끌던 시절 즐겨 쓴 전술은 현재 주류가 된 4-2-3-1 전형이었다. 때문에 강원 부임 후에도 비슷한 컬러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이 됐다.
예상했던 변화는 없었다. 김 감독이 내놓은 것은 기존의 4-4-2 전형이었다. 김은중과 웨슬리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최근 임대 영입한 박정훈에게 측면을 맡겼다. 물론 이대로 전후반 90분을 모두 치른 것은 아니다. 역습으로 선제골을 얻은 뒤부터는 3-4-3 전형으로 더욱 과감한 공격을 전개했다. 웨슬리를 정점에 세우고 김은중과 박정훈이 뒤를 받치는 식이다. 기존에 김은중이 정점에 서고 정성민과 웨슬리가 이를 지원하던 형태를 바꾼 셈이다. 수비수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김은중을 후면에 배치하면서 시야를 분산시키고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웨슬리를 전면에 배치했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패스축구의 완성, 자율에 답이 있었다
부담감은 최대한 줄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피하지 못하면 즐긴다는 생각이 그대로 투영됐다. 선수들과의 첫 상견례에서는 인사만 나눴다. 대전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자유롭게, 재밌게 뛰어라." '호랑이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김 감독의 부임 소식에 잔뜩 겁을 먹고 있던 선수단은 이 말 한마디에 부담감을 털어냈다. 대전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웨슬리는 "팀 전체가 원활하게 움직였다. 패스를 열어줄 공간도 많이 눈에 띄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담감을 털어내면서 자유로운 플레이를 유도한 것이 오히려 물 흐르듯 연결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동안 패스축구를 강조해 왔던 강원이 추구하던 모습이었다. '자율'이라는 매개체가 주효했다.
지략은 화룡점정이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지켜봤을 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뒤이어 그가 내놓은 분석을 보면 치밀하게 준비를 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대전은 수비라인을 뚫는 긴 패스를 주로 하는 팀이다. 때문에 선수들에게 압박과 수비라인을 잘 맞추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전까지 스카우트 신분으로 팀을 보좌한 이을용, 전광환 코치의 도움이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적절한 상황판단으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역량을 끌어냈다.
앞으로 강원은 '뛰는 축구'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감독은 "유럽 선수들을 보면 경기당 14~15㎞를 뛰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는 10~11㎞가 고작이다. 유럽 선수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 듯 하지만, 그만큼 효율적으로 공간 배분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만들어 가는 강원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충분히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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