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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의 사례로 본 볼넷의 폐해와 극복법

by 노재형 기자
넥센 김병현이 12일 인천 SK전에서 볼넷을 허용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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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의 폐해를 들자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투구수가 많아지고 상대가 쉽게 공격 기회를 갖게 되며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결국 경기를 망치고 투수를 무너뜨리는 '원흉'이 되는 것이다. 감독들이 안타나 몸에 맞는 볼(사구)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 볼넷이다. 고의4구처럼 상황에 따라 볼넷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제구력 불안으로 볼넷이 많아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LG 외국인 투수 리즈는 4월13일 KIA전에서 마무리로 등판해 16개의 볼을 연속으로 던지며 4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한 바 있다. 이후 자신감을 상실한 리즈는 2군으로 내려가 선발 변신을 시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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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병현이 12일 인천 SK전에서 또다시 볼넷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5이닝 동안 안타 4개, 볼넷 4개를 내주고 5실점하며 시즌 3패째를 안았다. 6회초 선두 최 정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호준에게 우월 투런홈런을 허용했고, 박정권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강판했다. 김병현은 올시즌 37⅓이닝 동안 2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 기준 볼넷 허용(BB/9)이 5.79개가 되는 셈이다. 이는 전체 투수들의 평균 BB/9인 3.66개보다 2개 이상 많은 수치다. 경기가 끝난 뒤 김시진 감독은 김병현을 겨냥해 "투수들의 볼넷 남발이 문제"라고 말했다.

볼넷 수치는 투수의 제구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중 하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그렉 매덕스의 통산 BB/9는 1.80개였다. 그의 제구력이 절정을 달렸던 97년 BB/9는 0.80이었다. 그해 매덕스는 232⅔이닝 동안 20개의 볼넷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벤치의 지시로 내준 6개의 고의4구를 빼면 '그의 잘못'으로 허용한 것은 14개 밖에 안된다. 매덕스는 그의 평생 목표를 묻는 질문에 "공 27개로 완투를 하는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한 적이 있다. '제구력 하나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자부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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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고의 제구력 투수를 꼽자면 KIA 윤석민을 들 수 있다. 윤석민의 BB/9는 1.90개로 규정투구이닝을 넘긴 22명중 수치가 가장 낮다. 윤석민은 80⅔이닝 동안 17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윤석민의 투구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즉 적극적인 승부가 그의 강점이다. 그가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올해 두 차례 완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적극적인 승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빠른 승부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 한화 양 훈과 박찬호는 각각 4.50개, 4.26개의 BB/9로 22명중 이 부문 1,2위에 올라 있다. 박찬호에게도 제구력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대화 감독은 "투수들이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너무 어렵게 승부를 할 때 볼넷이 많아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제구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후천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이 제구력이다. 투수 출신인 두산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의 선구안과 투수들의 제구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을 상실하는 '스티브블래스 증후군(Steve Blass Syndrome)'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제구력 불안은 한 평생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제구력 개선을 위해 지나치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다른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좋다"고 조언한다. 46세까지 선수 생활을 한 랜디 존슨은 20대 시절 공이 빠르고 제구력이 형편없는 투수였다. 그가 5번이나 사이영상을 받은 전설의 투수로 바뀐 것은 제구력 개선에 집착하기 보다 더욱 공격적이고 강한 피칭으로 타자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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