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29)가 2012년 전반기에 이렇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가 누구인가. 지난해 홈런·타점·장타율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최고 타자 반열에 올랐다. 천하의 이승엽(36)이 친정 삼성으로 돌아왔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형우가 앞으로 삼성의 4번 타자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눈물젖은 '빵'을 먹고 정상에 섰다. 오랜 2군 생활과 방출이라는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정상에서 오래 버텨줄 것으로 봤다. 그랬던 최형우에게 2012년 전반기는 '야구가 참 어렵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고 한다.
타자들은 6개월이 넘는 긴 시즌 동안 누구나 한 번 이상 슬럼프를 맞는다. 좋은 성적과 나쁜 성적의 차이는 이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성적이 좋으려면 슬럼프가 언제 왔다가 갔는지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최형우의 경우는 달랐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가 일본 오키나와 캠프 때 보여준 방망이 컨디션은 최고였다"고 했다. 일본 프로팀 투수들을 마구 두들겼다. 3월 시범경기까지도 타격감이 좋았다. 그래서 최형우가 시즌 시작을 4번 타순에서 하는데 누구도 의문을 달지 않았다.
정작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달 허송세월을 보냈다. 2군에 내려가 10일 동안 머리를 식히고 올라왔다. 타자들이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 누구나 친한 동료와 방망이를 교환한다. 기를 빼앗기 위해 그냥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타격감이 좋은 선수의 방망이를 갖고 오면 좋은 행운이 따라온다는 생각에서다. 징크스가 많기로 유명한 이호준(SK)은 오전에 달걀이 깨지면 하루 운세가 좋지 않기 때문에 하루 전날 달걀을 깨트려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아내에게 주문한 적도 있었다.
최형우는 가장 좋았던 지난해 타격폼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기도 했다. 잘 했을 때의 이미지를 떠올려도 봤다. 시즌 타율이 가장 좋은 한화 김태균(0.395) 처럼 다리를 들지 않는 '노(No) 스텝' 타격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최형우는 원래 타격할 때 오른발을 들어 힘을 실어왔다. 변화구에 어이없는 헛스윙을 하는 걸 보완하기 위해 노 스텝으로 바꿔 본 것이다.
슬럼프가 오기 시작하면 타자는 심적으로 쫓기게 된다. 그래서 계속 뭐든지 바꿔 보려고 한다. 최형우 처럼 다리를 들기도 하고 내려 놓기도 한다. 양발의 스탠스를 좁히기도 하고 늘리기도 한다.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기도 하고, 뒤로 약간 물러서기도 한다. 방망이 끝을 세우기도 하고 눕히기도 한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를 주다보면 수 십가지 타격자세가 나오게 된다. 결국 타격감을 찾았을 때는 대부분이 원래 타격자세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삼성 코칭스태프는 최형우에게 이런 얘기를 자주 해주고 있다. "직구를 쳐야 변화구도 칠 수 있다."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칠 수 있어야 좋은 타격감이라는 것이다. 직구를 제대로 치지 못하면 변화구도 공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형우의 경우 변화구에 자주 당하자 아예 타이밍을 변화구에 맞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 배터리는 최형우가 기다리고 있는 걸 간파하고 빠른 직구 승부를 해왔다.
14일까지 그의 시즌 성적은 타율 2할3푼, 4홈런, 38타점이다. 12일 LG전에선 시즌 4호이자 통산 100홈런, 3타점으로 모처럼 이름값에 어울리는 맹활약을 했다. 하지만 아직 최형우는 2011년의 최형우가 아니다. 긴 슬럼프 터널의 끝에서 힘들게 탈출구로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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