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홈런을 24개나 쳤다. 그런데 지금은 자리가 없더라."
지난 9일 두산과 넥센은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대형선수의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주전으로 뛰기엔 '2%' 모자르던 선수를 맞바꿨다. 이성열-오재일의 맞교환이었다. 뒤바뀐 환경에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길 원한 '중소형 트레이드'의 전형적 모습이었다.
당초 보다 이름값 있는 선수를 포함해 양팀 합쳐 4~5명 수준의 대형 트레이드가 논의되던 상황. 하지만 여느 트레이드가 그렇듯 카드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선수의 미래를 위해 원래 핵심이 아니었던 이성열과 오재일을 맞바꾸는 걸로 합의했다.
24홈런 친 이성열, 트레이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다
트레이드 당시 둘의 올시즌 기록은 차이가 컸다. 이성열은 54경기서 타율 2할8푼6리에 3홈런 22타점, 오재일은 마찬가지로 54경기서 타율 1할7푼에 4홈런 17타점을 기록중이었다. 다른 기록은 비슷해도 타율 면에서 1할 이상 차이가 났다.
이를 두고 두산이 손해를 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게다가 이성열은 지난 2010년엔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24홈런을 친 '전력'이 있는 선수다. 당시 이성열은 홈런 6위에 오르며, 차세대 거포로 기량을 만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어쨌든 두 팀이 트레이드를 했다는 건 선수에게 끄집어 내고 싶었던, 그 마지막 부분을 세상으로 못 꺼냈다는 말이다. 가능성만 가진 유망주들이 트레이드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다.
24홈런을 때려냈던 이성열 역시 그랬다. 2010년 129경기에 나서면서 붙박이 외야수로 활약했지만, 지난해엔 83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리를 위협받고 나니 기대했던 홈런도 나오지 않았다. 고작 7홈런을 때려내는데 그쳤다. 2008시즌 도중 첫번째 소속팀이었던 LG에서 두산으로 옮길 때도 '2%'가 부족해 2대2 트레이드에 이름을 올렸었다.
넥센에서 본 이성열, 선구안에 문제가 있다
넥센 입장에서는 이성열은 분명 커리어가 증명된 선수였다. 트레이드시킨 오재일 역시 환경이 바뀌면,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 본인과 팀 상황을 고려해 트레이드에 전격 합의한 것이다.
이성열을 데려온 뒤, 넥센의 경기 땐 박흥식 타격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고 있는 이성열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박 코치는 현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성열을 지도하고 있다. 미세한 타격폼 수정이었다. 박 코치는 이에 대해 "시즌 중이라 타격폼을 전부 고치기는 힘들다. 일단 하체에 힘을 잡아놓고 치는 것 정도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체에 힘을 강조한다, 이는 분명히 타격시 상하체의 밸런스가 어긋나고 있다는 말이다. 박 코치는 현재 이성열의 타격에 대해 "지금 상체 위주로 배팅하는 나쁜 습관이 들어있다. 그리고 배트가 너무 성급하게 나간다. 선구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열의 타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선구안'에 대한 말이 나왔다. 투수의 공을 보고 이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쳤을 때 안타가 될 수 있는 공인지 땅볼로 아웃될 공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바로 선구안이다. 흔히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은 안타로 출루하는 것 만큼이나 볼넷도 많이 골라낸다. 박 코치가 강조한데로 하체의 힘이 좋아진다면, 나가던 방망이를 참아낼 힘도 생긴다.
이성열은 24홈런을 때려낸 2010시즌,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볼넷 40개를 골라내는데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45명의 타자 중 35위에 그쳤다. 과거에도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좋게 말하면 공격적인 타격을 했고, 나쁘게 말하면 성급하게 배트가 나갔다.
자리에 대한 스트레스, 이성열은 박병호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선구안은 타고나는 것일까. 대화를 나누던 박 코치도 일정 부분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신적 부분'이라는 걸 강조했다. 박 코치는 이성열의 좋지 못한 선구안에 대해 "그동안 붙박이 선수가 아니지 않았나. 타석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며 "자기 자리가 없는 선수는 타석에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누가 볼넷 골라 나가고 싶겠나. 그래서 성급하게 방망이가 나가게 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LG에서 데려온 뒤 팀의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잡은 박병호가 떠올랐다. 박병호 역시 과거 '이번에 못치면 또 2군에 가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성열과 똑같이 자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삼진 먹어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스윙해라"는 넥센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박병호는 점점 거포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사실 박병호도 선구안이 좋은 타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올시즌엔 볼넷 개수가 45개로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엔 LG 시절을 포함해 타석 당 볼넷 수가 0.11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0.14개까지 올랐다. 박 코치는 "아직 100%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선구안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박병호의 멘탈이 좋아졌음을 강조했다.
넥센은 이성열에게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자리를 고정시켜 꾸준히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박 코치는 "6번타자 자리에서 타율 2할6푼~2할7푼에 20홈런 70타점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의 강력한 중심타선 뒤를 받쳐주는 거포형 6번타자로 키우려는 생각이었다.
박 코치가 이성열에게 주문한 말이 압권이었다. '제2의 박병호'를 원하고 있었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24홈런은 아무나 못 친다. 이성열은 중장거리가 아니라 분명한 홈런타자다. 성열이한테 '위축되지 말고 무조건 풀스윙하라'고 했다." 1년 전 쯤, 박병호도 같은 말을 들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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