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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상반기 인상깊었던 영화 11선

by 김준석 기자

어느 덧 2012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이제 1년 중 최고의 흥행시즌이라 할 수 있는 여름시즌을 맞아 흥행을 노린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선을 보였거나 대기중이다. 2012년에도 많은 화제작들이 선을 보였고,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뜨린 영화도 있는 반면, 기대 밖의 부진을 보인 영화들이 생기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2012년 상반기(1월~6월) 동안 필자가 인상깊게 본 영화들을 떠올려 본다. 순수하게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100% 반영되었음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소개하는 순서는 국내 개봉일 순이다.

1.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데이비드 핀쳐 감독, 다이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주연)

스웨덴 원작소설 3부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원제는 'The girl with dragon tattoo (용문신을 한 여자)' 이다. 스웨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소설인데, 이미 스웨덴에서 영화화되어 선을 보였다. 헐리우드판 '밀레니엄' 시리즈 1부작의 메가폰은 데이비드 핀쳐 감독이 맡았다. '세븐', '파이터클럽' 등의 영화를 통해 스타일 넘치는 영화에 일가견을 보인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영화답게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음산하면서도 사이버틱함이 묻어나는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즘 영화에서 흔치 않은 긴 러닝타임(2시간 40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강렬한 액션이 등장하지도 않지만 말초신경을 상당히 압박한다. 천재 해커인 리스베트로 나오는 루니 마라는 이 영화의 최고의 발견이었다. 기자치곤 너무 몸이 좋아서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볼멘소리를 낳게 했던 다니엘 크레이그도 배역을 무난히 잘 소화해낸다.

헐리웃 리메이크라고 하지만 원작의 배경인 스웨덴에서 올 로케를 감행했고, 북유럽의 무겁고 음산한 날씨와 맞물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예르가의 위압적인 분위기가 한층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모처럼 묵직한 스릴러물을 접해서 만족스러웠던 기억으로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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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안성기 주연)

요즘 드라마 '추적자'가 시청자들의 분노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한편으론 반대급부로 얻어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권과 재벌가의 추한 모습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 '추적자'는 이전에 드라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실감나는 묘사와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관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부조리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추한 모습을 보면서 공분한 바 있다. 올해 1월에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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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발생했던 김명호 교수가 자신의 재판을 맡은 판사에 대한 석궁사건을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절제된 톤으로 당시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을 긴박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진행될 수록 객석 곳곳에서 분노의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영화는 기득권의 썩은 전횡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약자가 자신의 억울함조차 제대로 보상받을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주연을 맡은 안성기의 절제된 논리적인 연기가 더욱 공감을 샀으며, 조연으로 등장한 박원상, 김지호도 안성기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판사로 등장한 문성근의 얄밉도록 표독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1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정지영 감독은 다소 투박한 감이 느껴져도 끝까지 영화의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는 우직한 연출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3.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최민식, 하정우 주연)

1990년 당시 노태우 정부가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를 관통하며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건달도 아니고 평범한 시민도 아닌 반달 최익현(최민식)과 냉정하고 잔혹하기 그지 없는 조폭두목 최형배(하정우)의 끝없는 야심이 영화 전반에 걸쳐 질펀하게 묘사된다. 부와 권력을 향한 끝없는 욕심,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배신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절대 권력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온갖 굴욕과 핍박 속에서도 반달 최익현은 자신의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구르고 또 구른다. 결국 자신의 아들을 검사로 키워내면서 자신에게 온갖 굴욕을 갖다준 검사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 반달 최익현의 연민을 느끼게 하는 모습은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99%의 평범한 가장들이 보여주고 있는 생존법칙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카리스마가 절로 묻어나는 스타일 넘치는 조폭 최형배로 등장하는 하정우는 어떤 배역을 맡겨도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2005년 '주먹이 운다' 이후 좀처럼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최민식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연기력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4. 러브픽션 (전계수 감독, 하정우, 공효진 주연)

늘 완벽한 사랑을 갈구한 나머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소심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이 베를린의 필름마켓 행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화 마케터 이희진(공효진)에게 필이 꽂히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다루고 있다. 기존의 로맨스 영화와 차별화된 설정과 구성이 돋보이는데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인물 M(이병준)은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여 구주월의 자아를 반영한다거나, 구주월이 집필하는 소설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삽입하여 구주월의 심리상태를 대변해주는 설정 등이 참신함을 안겨준다.

무엇보다도 주연을 맡은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입에 착착 붙는 대사들이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영화 중반부에 반전으로 등장하는 공효진의 '겨털'은 극장에서 포복절도를 불러 일으키고 급격한 무장해제를 가져온다. 중반부에 너무 정신없이 웃다보니 후반부의 전개가 다소 맥이 풀리는 느낌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깔끔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보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5. 서약 (마이클 수지 감독, 채닝 테이텀,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극적으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아내 페이지(레이첼 맥아담스)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져 있는 상태였다. 남편 레오(채닝 테이텀)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그녀의 평소 습관을 상기시키려 하고,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주고 함께 다녔던 데이트 코스 등을 다시 데리고 다니는 등 애를 쓰지만 좀처럼 아내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부모의 품으로 페이지는 되돌아가지만 그녀의 가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게 되고, 결국 5년 전에 숨겨졌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다시 부모의 곁에서 떠나게 된다. 하지만 5년 전과는 다르게 가족과의 인연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우연히 자신의 물건들을 보관한 박스에서 카페 메뉴판에 적혀진 혼인서약을 발견한 페이지는 그 카페로 향하게 되고 그 곳에서 레오와 마주치게 된다.

두 사람은 다시 부부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예전 기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실제 있었던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임을 잔잔하게 일깨워 준다. 다만 이 영화를 보았던 극장의 스크린이 비디오방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조그맣고 음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귀가 멍하게 막히는 것마냥 답답함으로 일관되어 영화의 감동이 반감되었다는 것이 옥의 티였다.

6. 화차 (감독 : 변영주, 주연 :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1992년에 발간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화차'는 신용카드, 대출, 개인파산 등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하여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세밀한 내러티브로 호평을 받은 원작소설을 과연 스크린에 어떻게 옮겨질지가 관심사였다. 낮은 목소리(1995년), 밀애 (2002년), 발레교습소 (2004년) 등을 연출한 여성감독 변영주 감독은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하여 원작의 긴장감을 충분히 잘 살려내었다.

약혼녀 강선영(김민희)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사라진 약혼녀를 찾아 헤메는 남편 문호역의 이선균, 문호의 친척이자 전직 경찰이며, 문호와 함께 강선영의 비밀을 함께 파헤치는 강종근역의 조성하 등은 원작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여겨질 만큼 자신들의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워낙에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니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점은 여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민희가 어찌보면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약혼녀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화차'의 최고의 발견은 단연 김민희라고 얘기해주고 싶을 만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남의 신분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강선영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특히 온 몸에 피범벅이 되서 다른 사람의 신분을 쟁취한 이후에 광기와 공포에 휩싸여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민희라는 배우를 새롭게 발견한 영화였다.

7. 언터쳐블 1%의 우정 (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주연 : 프랑수아 클루제, 오마 사이)

유럽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게 꽤 쉽지가 않다. 멀티플렉스 극장시대가 열리면서 상영관은 이전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증가했지만 오히려 영화 선택의 폭은 더 줄어든 느낌이다. 돈되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나 한국 영화에 상영관이 집중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흥행력이 약한 유럽영화나 제3세계 영화들은 좀처럼 상영관을 찾기가 어렵다.

'언터쳐블 1%의 우정'은 프랑스 영화이다. 필자가 극장에서 프랑스 영화를 보게 된 것은 1995년 뤽 베송 감독의 '레옹' 이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하지만 '레옹'도 감독 뤽 베송과 주연배우 장 르노는 프랑스 국적이었지만, 나머지 등장하는 배우들, 나탈리 포트만, 게리 올드만 등은 전부 미국 배우들이었다. 대사도 전부 영어로 진행되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프랑스 영화로 보기는 어려웠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온 몸을 전혀 가눌 수 없고 까다로운 성격 탓에 간병하기 조차 어려운 1%의 최상류층 부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의 간병인으로 살아가게 된 1%의 극빈층 드리스(오마 사이)는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밝은 성격과 시도 때도 없이 짓??은 농담을 던질 줄 아는 솔직함이 오히려 닫혀 있던 필립의 마음을 열게 한다.

마치 흑인 래퍼처럼 속사포처럼 수다를 던져대는 드리스와 늘 포근한 백만불짜리 미소로 드리스에게 의지해가는 필립의 모습을 보면서 훈훈함이 절로 느껴지게 된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이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두 사람의 우정이 쌓여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때로는 상류층에 대한 재치있는 풍자를 통해 예기치 못한 유머를 전해주는 영화 '언터쳐블-1%의 우정'은 상반기에 봤던 영화들 중 단연 두개의 엄지손가락을 모두 들어올리고 싶은 작품이었다.

8. 건축학개론 (감독 : 이용주, 주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배수지)

필자가 재수생이던 1994년, 친구가 들어보라고 건네준 테이프를 트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들면서 워크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몰입하게 되었다. 듣는 순간 다가온 그 전율과 소름은 이후 다른 노래를 들으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다름아닌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란 노래였다. 1990년대 대학생활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치기어린 시절의 소심함과 설레임의 감정, 그리고 동네에서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떠버리 친구...X세대의 감성을 이렇게 후벼팠던 영화가 있었을까 할 정도로 '건축학개론'은 먼지 수북이 쌓인 추억을 끄집어낸다.

1990년대 학창시절을 거쳐 치열한 삶의 전선에 뛰어든 30대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20대의 아련했던 첫 사랑이 다시 찾아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나만 좋아하고 있는 줄 알았던 그 첫 사랑이 알고보니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을까.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다만 아름답던 추억의 가슴 아팠던 상처가 치유되고, 그 치유를 통해 내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이제 추억여행에서 돌아와 현실의 치열한 삶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주인공 승민(엄태웅, 이제훈)이 오랫동안 살던 동네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치기어린 시절 흠집을 냈던 집의 문짝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그 문짝을 직접 승민이 고쳐주는 모습은 한편으론 젊은 날의 상처를 비로소 치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비유적인 표현이었다.

문짝은 고쳐지지만 집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승민은 자신의 첫 사랑 서연(한가인,배수지)의 부탁대로 새로운 집을 지어주었고, 이제 그 집에 살게 될 서연에게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CD 플레이어를 건네 준다. 그 집은 승민과 서연의 추억이 영원히 담기게 될 공간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다시 한 번 가슴 저리게 만드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흘러 나온다.

1TB 의 복잡다단한 감성시대에 1MB의 풋풋한 감성을 끄집어내준 영화 '건축학개론'은 X세대에 바치는 헌사같은 영화이다.

9. 어벤져스 (감독 : 조스 웨던, 주연 :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마블 코믹스의 모든 슈퍼히어로가 한데 모여 지구를 구하러 나선다. 과연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각기 다른 개성의 캐릭터들이 전투하는 장면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2시간여의 분량 속에 각 캐릭터들의 균형있는 안배가 가능할지도 관심사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마디로 소름돋는 '슈퍼히어로 종합선물세트' 였다.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한 전투씬,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재치와 유머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어벤져스'는 역대 슈퍼히어로 무비 사상 최강의 라인업을 만들어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덕을 본 캐릭터는 다름 아닌 '헐크'였다. 그 동안 두 편의 헐크무비가 나왔지만,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다 보니 그리고 어릴 적 TV 시리즈로 봤던 루 페리노의 헐크에 익숙한 탓인지 시각적 쾌감보다는 진절머리와 짜증이 지배하였다. 하지만 '어벤져스'의 헐크는 가장 쿨하고 파워넘치고 믿음직스럽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웃기다는 점이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의 알버트 푸홀스처럼 언제든지 홈런과 타점을 생산할 수 있는 믿음직스런 캐릭터였다.

모든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린 '어벤져스'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 '아바타' 이후 역대 세 번째로 흥행수익 6억불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다. 시각적인 쾌감이 절정에 달한 블록버스터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 영화였다.

10. 은교 (감독 : 정지우, 주연 : 박해일, 김고은, 김무열)

30대의 배우 박해일이 70대 노교수로 분장해서 출연한다는 점, 충격적인 노출장면이 등장한다는 입소문 등이 더 화제를 모은 영화 '은교'는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해피엔드', '사랑니', '모던보이'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일단 나이 많은 배우들을 제쳐두고 굳이 박해일로 하여금 70대 교수로 분장을 시켰을까에 대한 의문은 영화 속의 70대 시인 이적요(박해일)의 대사를 통해 나름 해결법을 얻지 않을까 싶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70대 시인 이적요가 느끼는 10대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은교(김고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결코 죄가 아니며, 이적요도 여전히 마음만은 30대 못지않은 정열을 품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일종의 역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영화 초반 박해일의 노인 연기에 객석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 박해일이 연기한 이적요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게 할만큼 박해일의 연기력은 훌륭하였다.

그리고 은교로 등장하는 신인 여배우 김고은은 보는 순간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은교 그 자체였다. 앙칼진 목소리로 이적요를 향해 '할아버지'라 부를 때마다 내가 이적요라 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게 하였다.

영화 전반적인 톤은 잔잔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세심하게 연출된 이적요의 작업공간을 보는 재미도 아기자기하다. 정지우 감독의 필모그래피로 볼 때, 은교는 '해피엔드'의 파격과 '사랑니'의 잔잔함의 중간 경계에 서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11. 내 아내의 모든 것 (감독 : 민규동, 주연 :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잔소리와 짜증을 일삼는 아내로부터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남자, 아내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강릉으로 출장을 자원하지만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아내는 남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우연히 옆집에 살고 있는 카사노바를 알게 된 남편은 카사노바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서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카사노바는 아내를 유혹하기 위해선 남편이 알고 있는 '아내의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하니 '아내의 모든 것'을 알려달라고 한다.

발칙한 시놉시스의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러브픽션', '건축학개론' 등과 더불어 상반기 로맨스 영화 붐을 일으키며 전국관객 400만명을 돌파하였다. 비록 짜증스럽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아내 임수정, 만나면 만날수록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카사노바 성기 역의 류승룡, 아내가 그토록 미웠지만 오히려 아내가 카사노바와 가까워질수록 다시 아내의 매력을 깨닫게 되는 찌질한 남편 역의 이선균 등의 연기 조화가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며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옴니버스 형식의 로맨스 코미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2005년) 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민규동 감독이 모처럼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영화인데, 류승룡은 왜 진작에 이런 역할을 맡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로맨틱 카사노바 성기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낸다. 매력적인 동안의 여배우 임수정은 역대 그녀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알맞은 옷을 걸쳐 입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까칠하지만 알고보면 매력적인 아내 연정인 그 자체였다. 카사노바를 통해 부부가 깨달은 것은 바로 소통의 소중함이었다.

2012년 상반기 극장가의 특징은 나란히 전국관객 400만명을 돌파한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한국영화 로맨스물이 강세를 보인 점이다. 또한 헐리웃 블록버스터 무비 <어벤져스>는 전국 관객 700만명을 돌파하면서 상반기 개봉영화 중 최다흥행을 기록하였다.

과연 하반기에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극장 앞으로 불러 모을 것인가.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국영화는 흥행제조기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개봉 대기중이다. 두 영화의 불꽃튀는 흥행대결의 결과가 주목된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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