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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경기 강행, 이게 최선입니까?

by 정현석 기자
나지완은 17일 두산전에서 9회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단타에 그쳤다. 비에 젖은 바닥으로 인해 1루를 도는 과정에서 두차례나 넘어질 뻔 했다. 자칫 발목이라도 돌아갔더라면? 아찔한 장면이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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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인 이 맘 때. 그라운드에 모인 모두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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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은 들쑥날쑥한 경기에 감각을 잃기 일쑤. 실내 훈련으로 대체되면서 집나간 감각은 돌아올 줄 모른다. 코칭스태프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선발과 불펜 운용에 있어 비라는 강력한 변수가 등장한다. 자칫 일기예보 불일치로 계산이 틀어질 경우? 재앙이다. 경기 감독관도 피곤하다. 질퍽해진 그라운드. 경기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행여 선수라도 다칠까 전전긍긍이다.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 경기 취소 여부다. 17일 광주 경기. 경기 전 비가 많이 내렸다. 경기장 밖 주차장까지 침수될 정도였다. 하지만 2시간 전 뚝 그쳤다. 그라운드는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무등구장은 올해 천연잔디 전환 후 비에 취약하다. 땅도 무르고 바닥은 미끌미끌 하다. 하지만 비가 안오는데다 더 이상의 비 예보도 없어 경기는 강행됐다. 급한대로 군데 군데 파인 물 웅덩이만 흙으로 덮은 채 경기 개시. 하지만 광주구장은 결코 정상 상태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무른 마운드는 흙이 푹푹 파였다. 더 위험한 건 수비와 주루였다. 정상적 주루는 아예 불가능했다. 틈만 나면 뛰는 두 팀이건만 도루는 통틀어 단 1개도 없었다. 선수들은 직감적으로 조심했다. 그럼에도 불구, 위태로운 장면이 속출했다. 2회초 유격수 땅볼을 친 두산 김재호는 1루로 달려나가다 휘청거렸다. 이 타구를 잡은 KIA 유격수 홍재호도 살짝 미끄러졌다. 공-수에 걸쳐 아슬아슬했던 상황이었다. 9회 왼쪽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힌 나지완은 2루에 못가고 단타에 그쳤다. 느린 발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끄러운 그라운드 탓도 있었다. 2루타를 예상하고 1루쪽으로 원을 그리던 나지완은 거의 두차례에 걸쳐 넘어질 뻔 했다. 광주구장을 잘 아는 이용규 등 KIA 주자들은 애당초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자제하는 분위기. 덜컥 다치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결국 이날은 선수들의 100% 기량을 볼 수 없었던 경기였다. 오락가락한 비 탓에 관중도 크게 줄었다. 3435명. 올시즌 KIA 홈경기 최소 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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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부상 위험에 관중조차 없는 경기. 과연 누구를 위한 퍼포먼스였을까. 일정이 뒤로 한없이 밀리는 건 스케줄을 짜는 KBO로선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구단간 유-불리로 입이 나올지언정 일정 소화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국제 대회 등 시즌 중 중단 상황이 아닌한 충분히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다.

700만 관중 시대를 앞둔 프로야구.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가 오고 있느냐가 아닌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있느냐가 취소 기준이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팬이다. 관전이 불편하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없는 야구는 의미가 없다. 선수 보호 역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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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는 이 두가지 고려사항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아닌듯 하다. 수년 전 모 경기감독관은 일찌감치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가 KBO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후 감독관들은 경기 취소에 부쩍 신중해졌다. 이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 경기 감독관은 KBO를 대표해 현장을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그 판단과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소신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경기 감독관의 최우선 판단 기준? 손님인 팬 퍼스트에 대한 우선 고려와 공연 주체인 선수 안전이어야 한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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