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은 올스타전에서 MVP와 인연이 별로 없었다. 30년의 올스타 역사에서 투수가 MVP가 된 것은 85년 김시진(삼성)과 94년 정명원(태평양) 등 단 두명 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28번은 모두 타자의 차지.
여러모로 타자들에게 유리하다. 야구는 점수가 나야 승리를 하게 되고 승리 점수를 뽑는 타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게 된다. 많게는 3∼4번까지 타석에 서서 안타를 2∼3개를 치거나 홈런을 친다면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투수는 오래 던지면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내야 '잘던졌다'는 칭찬을 받는다. 5이닝 무실점을 해서 승리투수가 돼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올스타전은 더 제한적이다. 3이닝 이상 던지지 못하는데 최근엔 대부분 1∼2이닝을 던지는 것이 고작이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짧기 때문에 투수들에게 많이 던지게 하는 것이 정규시즌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발투수라면 에이스급이다. 당연히 후반기에서 첫경기나 두번째 경기에 선발로 내정된다. 그런 상황에서 올스타전서 3이닝까지 던지게 하는 것은 그 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눈총을 받게 된다. 게다가 전반기 막판에 투구를 했다면 더욱 전력투구를 할 수 없다.
지난해 웨스턴리그 선발이었던 KIA 윤석민은 이틀 전에 104개의 공을 던졌다. 당연히 전력투구를 할 수 없는 상황. 1⅓이닝 동안 17개의 투구로 교체됐다. 140㎞ 이상 공이 딱 1개였다.
두차례 투수 MVP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85년 3경기가 열렸던 올스타전서 김시진은 1차전서 동군 선발로 나와 3이닝 동안 1안타 2탈삼진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3차전에서는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2경기에서 6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해 MVP가 될 수 있었다. 단판으로 치러진 올스타전서 유일하게 MVP가 된 정명원은 구원으로 등판해 3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막아내며 MVP에 올랐다.
요즘은 1∼2이닝을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줘야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중간계투보다는 선발과 마무리에게 팬들의 관심이 더 가기 때문에 이들이 기억에 남을 피칭을 한다면 노려볼만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타자가 유리한 것이 사실. 지난해를 봐도 알 수 있다. 웨스턴 선발 윤석민이 1회 세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 기대를 높였지만 MVP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이병규에게 돌아갔다.
이는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 62년부터 시작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서 나온 52명의 MVP 중 투수는 6명 밖에 없었다. 99년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후 13년간 투수 MVP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올해 올스타전도 타자들의 잔치가 될까. 아니면 18년만에 투수 MVP가 탄생할까. 작은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이라 타자에게 유리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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