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에 때아닌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천공항 내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이 내년 2월 철수하는데 이를 두고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부시책에 밀려 억지로 면세사업에서 손을 떼야만 하는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은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집주인인 인천공항공사는 넋을 놓고 있다. 공항공사 민영화 관련 문제로 '제 코가 석자'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면세점 1,2위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다. 두 회사의 전체 매출점유율은 전체 80%를 넘는다. 2009년 롯데면세점은 덩치를 불리기 위해 인천공항 AK면세점을 인수했다. 2010년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강력 반발하며 법원에 롯데면세점의 인수영업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0년엔 신라면세점이 고가 가방 브랜드인 루이뷔통을 인천공항에 입점시켰다. 이번에는 롯데면세점이 발끈했다.
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롯데면세점은 신영자 전 롯데쇼핑 사장이(현 롯데복지 장학재단 이사장) 큰 그림을 그려왔다. 당시 두 업체의 신경전은 재벌가 딸들의 '장군 멍군'으로 유명세를 탔다.
왜 이렇게 치열하게 싸울까.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져 있다. 고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해외여행에을 하면서 물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경기불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맞아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일종의 '특혜 사업'이다.
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점, 항구 면세점이 있지만 인천공항 면세점이 맏형이다. 전체 면세점 매출의 50%가 넘는다. 단일 입점 단위에서 연간 매출 1조원이 넘는 인천공항 면세점 승자가 진정한 1위인 셈이다.
현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추진중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대해서는 면세점 사업 철수를 못 박은 상태다. 내년 2월 관광공사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물러나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공문이 오가진 않았지만 인천공항은 지난 4월 단계적인 차기 사업자 선정을 언급한 바 있다.
화장품과 향수, 주류, 담배 등 인천공항 면세점의 노른 자위는 롯데면세점(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50% 점유)과 신라면세점(40% 점유)이 갖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의 10% 정도를 점유하고 있던 관광공사 면세점은 출국장 3층 서편 2510㎡(760평) 규모에 13개 상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 차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관광공사는 면세점 사업을 내놓는 모양새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입찰을 통해 적당한 파트너를 구하게 된다. 국내외 희망업체에 입찰 공고를 내는 정상적인 단계를 밟아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면세사업자들이 훨씬 유리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가뜩이나 독과점 지적을 받고 있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에 또다시 돈이 쏠리기 때문이다. 특혜 시비가 다시 일 수 있다. 또 관광공사 면세점은 롯데와 신라가 약 9%의 국산품을 판매하고 있는 데 반해 45%에 달하는 국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재벌 면세점 업체에 사업권이 넘어가면 국산품 판매량이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올해말부터 면세점 내 국산품 의무판매 비율과 매장 면적 비율 확보를 법제화할 예정이지만 매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공항 면세점은 예외다.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오현재 공항공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533명에 달하는 인천공항 관광공사 면세점 판매직원들의 고용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공사 면세점이 아니면 판로 확보가 어려운 수십개의 한국 중소기업들은 사면초가다. 관광공사 면세점은 이익의 대부분을 제주관광단지 조성 등 국내 관광 인프라 확보에 재투자했다. 이번 작업은 국민의 세금을 털어 재벌 주머니에 넣어주는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2월에 관광공사 면세점 사업권이 만료된다고 가정하면 새로운 사업자는 늦어도 9월까지는 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공항 면세점은 제반 시설 정비와 유통망 확보에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재벌가 딸들의 면세점 공방전이 3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침 올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사실상 경영 최전선에 복귀한 셈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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