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91차 광덕산>
올 초여름, 전국은 100년만에 닥친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저수지의 물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농민들의 마음도 바짝바짝 말랐다. '천수답'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강이나 하천의 물이 줄어든다면 어쩔 수 없이 하늘만 바라보게 된다. 물이 말라 바닥이 쩍 갈라진 산정호수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장마전선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이제는 물폭탄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나는 요즘이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 찾기'는 매달 열리기 때문에, 장마를 피해갈 수는 없다. 지난 주말 찾았던 경기 포천과 강원 화천의 경계에 있는 광덕산에서 참가자들은 보슬비부터 시작해 장대비까지 하늘이 대지를 적시는 선물을 몸으로 맛봤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등 광활한 대지를 가진 나라와 비교해 우리는 늘 땅덩어리가 좁다고 말한다.
하지만 비가 올때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서울을 출발해 퇴계원까지는 장대비가 차창을 심하게 때리더니 포천 경계쯤 접어들자 하늘만 흐릴뿐 언제 그랬냐는 듯 대지가 뽀송뽀송하다. 그래서인지 백운계곡에선 여름방학을 맞아 물놀이를 온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유난히 컸다.
경기 포천군과 강원 화천군을 잇는 광덕고개 분수령에 올라서니 한여름임에도 서늘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진다. 해발 620m. 휴전선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다, 해발까지 높으니 체감온도는 확실히 낮다. 확실한 피서지인 셈이다.
장마전선이 북상한다고 하는데 산행 출발 시간이 돼도 비는 별로 오지 않았다. 그런데 계곡은 온통 흙탕물이다. 숙소 뒤에 위치한 들머리를 접어드니 곧바로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정상까지는 2.5㎞. 가벼운 산행이 예상된다.
그런데 20여분을 오르자 갑자기 보슬비부터 시작해 제법 굵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우비를 꺼내 입는다든지, 우산을 쓰거나 배낭 커버를 씌우는 등 조금 부산한다. 그래도 비와 함께 실려오는 바람은 상쾌하다. 오랜만에 즐기는 우중 산행.
후둑후둑 나뭇잎을 때리는 빗소리는 귀를 간지럽힌다. 우중 산행은 시야가 좁아지는 대신 자신의 주변 사물에 더욱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박양옥-박양희씨 자매, 이진아-이현아씨 자매는 내리는 비로 인해 서로를 더 세심히 챙겨준다. 혈압이 높은 언니 양옥씨를 산으로 이끈 이는 동생 양희씨. 1년여를 함께 산을 누비다보니 자연스레 건강도 좋아졌단다. 대학생으로 이미 올해 초 100대 명산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진아-현아씨 자매는 먼길을 마다않고 부산에서 올라왔다. 현아씨는 100대 명산 참여 후 개인적으로 50대 명산을 찾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학기 중 바빠 그동안 금정산 한군데를 다녀왔다며 웃는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이곳 저곳을 누빈다는 계획. 방학은 학생들의 특권이다.
그런데 산을 오를수록 빗줄기는 더욱 거세진다. 당초 정상에 올랐다가 990고지를 거쳐 계곡쪽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는데, 장대비에다 계곡수가 넘칠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기상관측소 설치로 인해 만들어진 임도로 내려오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찾았던 용문산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원래 코스대로 밀어붙이다가 한 참가자가 탈진 직전까지 갔던 아찔한 경험이 약이 됐다.
정상 인근 천문대를 짓느라 산을 깎고 나무를 베다보니 바람이 삭풍처럼 거셌다. 임도의 흙이 깎여 흘러내리니 계곡이 뿌옇게 됐다. 그런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내려오는 물은 맑디 맑다. 양립하기 힘든 개발과 보전의 줄타기, '지속 가능한 개발'이란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다.
광덕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광덕산 산행에선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김의진 교수가 '인간, 그들은 왜 산으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초스피드의 시대의 관점에선 산행은 상당히 비생산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다"면서 "지나친 생존경쟁의 틀을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인간들에게 산은 감성과 시간, 공간의 자유를 준다. 오늘 왜 산으로 왔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덕산은?>
강원 화천군 사내면과 철원군 서면, 경기 포천 이동면에 걸쳐 있다. 산의 모습이 웅장하고 덕의 기운이 있다해서 현재의 이름으로 불린다. 남쪽에 백운산, 서쪽에 명성산 등이 있다. 북한강과 한탄강의 지류들이 발원한다. 백운계곡이 근처에 있다.
<산행 참가자>
김동한 이흥순 하영희 박향아 윤영숙 김소희 김윤기 한규빈 민효숙 김창일 박춘언 김윤수 강신석 신세미 김승현 정희철 김현욱 권혁복 우윤옥 이현아 이진아 박양희 박양옥 이경환 하상기 원해호 김종헌 차기영 김영목 이재서 김호돌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2년 8월 11~12일 강원 평창에 위치한 오대산국립공원(1563m)을 찾을 예정입니다. 노스페이스 홈페이지(www.thenorthfacekorea.co.kr)의 '카페' 코너를 방문, '오대산'을 클릭해 접수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1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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