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와 밴헤켄의 평소 스타일? 우리 외국인 선수들은 성격이 온순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다. 불필요한 말도 안 하고, 나서는 법도 없고, 참 성실한 친구들이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게 두명의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7)와 앤디 밴헤켄(33)에 대해 물으면 십중팔구 칭찬이 쏟아진다. 성적이 좀 나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사실 전반기 나이트와 벤헤켄의 팀 기여도를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올만 하다.
한국 프로야구 4년 차 베테랑인 나이트는 전반기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2패, 평균자책점 2.22, 밴헤켄은 17경기에 선발로 나서 7승3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 둘이 '원-투 펀치' 역할을 하며 16승을 거둔 게 먼저 눈에 띄지만, 둘 모두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할 것 같다. LG와 한화의 외국인 선수가 1,2군을 오르내리고, SK와 KIA, 한화가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썼지만, 히어로즈는 평온했다. 외국인 투수가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평균자책점 1위인 나이트와 탈삼진 2위(88개) 밴헤켄은 큰 기복이 없이 꾸준했다. 나이트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18경기 중 1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밴헤켄은 17경기 중 11경기를 퀄리티 스타트로 마무리했다.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들이 다른 팀 선수보다 안정적으로 성적을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프로야구의 외국인 선수 연봉상한선은 30만달러(약 3억4200만원). 하지만 이 규정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야구인은 거의 없다. 한 지방구단 감독은 "외국인 투수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돈을 많이 주면 된다. 흔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거나 그 정도 레벨의 트리플 A 수준 선수가 영입 대상이라고 하는데, 돈만 많이 주면 그 이상의 선수도 얼마든지 영입할 수 있다. 규정을 지키려다보니 선수 수급에 제한을 받을 뿐이다. 올해 국내 야구에서 뛰는 선수 중에는 1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받는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분위기가 이렇기에 히어로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삼성을 거쳐 지난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나이트가 올시즌 이정도 활약을 해줄거라고 예상한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나이트는 7승15패를 기록했다.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해야겠으나 무릎 통증 때문에 베스트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었다. 무릎 통증으로 인해 공을 던질 때 중심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공에 힘을 싣기 어려웠다.
김시진 감독의 믿음이 나이트의 진면목을 깨운 것 같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귀국을 앞두고 있는 나이트를 따로 불렀다. 김시진 감독은 "너는 무릎만 아프지 않으면 최고의 피칭을 할 수 있다. 비시즌 동안 무릎을 완벽하게 만들어 와라. 그러면 내년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구단의 재계약 뜻을 전했다. 김시진 감독은 "나이트가 지난 겨울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합류하자 마자 공을 던지는 걸 보고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지난해 전지훈련 때만 해도 공을 던지지도 못했는데, 1년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밴헤켄의 구속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변화구는 다양하고 좋은데 직구 스피드가 시속 130km 초중반에 머물렀다. 김시진 감독은 "밴헤켄은 마이너리그에서 100승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여기에 직구가 138km에서 142km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걱정을 했는데, 시즌 개막에 맞춰 구속을 끌어올리더라"고 했다.
나이트와 밴헤켄 모두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 해야할 일을 정확히 알고 실행한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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