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가 갑자기 교체될 때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
24일 잠실구장의 두산-LG전에선 두산 선발 니퍼트가 경기전 임태훈으로 교체됐다. 니퍼트가 갑자기 장염 증세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임태훈으로 바뀌었다. 같은 오른손투수인데다 오더 교환 이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선발 교체의 불문율
한국프로야구는 선발예고제가 시행되고 있다. 선발예고제는 팬들에게는 야구장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에이스급 투수가 예고된 날 야구장에 더 많은 관중이 몰리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사람이 하는 스포츠인 이상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이번 니퍼트 케이스처럼, 갑작스런 부상이나 몸상태 때문에 선발투수가 경기전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해당 팀이 첫번째 피해자다. 4,5일씩 컨디션 조절 기간을 갖는 선발투수가 일정을 펑크내면 미쳐 준비되지 않은 다른 누군가가 던져야하기 때문이다.
상대팀에게도 미묘한 문제가 된다. 보통 상대 선발투수에 맞춰 라인업을 짜기 때문이다. A라는 선발투수에 강한 라인업을 짜놓았는데 갑자기 B로 바뀌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선발오더를 교환하기 전이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문제는 경기 개시 한시간전에 이뤄지는 선발 오더 교환이 끝났을 경우다. 마지막 한시간 동안에 선발투수가 바뀌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이때는 투수가 아무리 아프더라도 적어도 한타자를 상대하고 내려와야 한다. 그후가 문제다. 오른손투수가 아프면 대신 내보내는 투수도 오른손투수여야 한다. 그게 불문율이다.
라인업이 갖는 의미
오른손투수에 맞춰 라인업을 짰는데, 상대 투수가 한 타자만 상대하고 왼손투수로 바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차피 한 경기를 치르다보면 이선수, 저선수가 다 나올테니 결국엔 그게 그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큰 착각이다.
보통 1군 야수진은 14~15명으로 운용된다. 선발 오더에 9명을 집어넣으면 5~6명이 남는다. 이 남는 선수들로 경기 중후반에 대타, 대주자, 대수비 전술이 이뤄진다. 그런데 오른손투수에 맞춰 왼손타자들을 줄줄이 선발에 포진시켰는데, 갑자기 상대가 왼손투수로 바뀌면 전술 활용의 폭이 확 줄어들게 된다. 경기 후반에 정작 필요한 순간에 좌우 선택의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선발 출전하는 야수들은 '선발조'란 이름으로 배팅훈련 스케줄도 더 편하게 배정받는다. 이처럼 작지만 미묘한 부분들이 모두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인데, 모두 의미가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작년만 해도 5월에 C팀과 D팀의 경기에서 이런 일이 실제 있었다. 오더 교환까지 마친 상황에서 경기 직전에 D팀이 오른손 선발투수가 몸상태가 좋지 않자 한타자만 상대하게 한 뒤 왼손투수로 교체했다. 물론 경기전에 이같은 상황을 예고하긴 했지만, 이미 오더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었던 C팀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감독자 회의에서 결의를 한 부분이 있다. 선발투수를 바꿀 경우엔 왼손엔 왼손, 오른손엔 오른손 식으로 같은 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일이 3연전 첫날에 일어났다면, 아파서 교체된 투수를 해당 3연전에는 선발로 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부상에 따른 교체'라는 본래 이유에 부합된다는 의미다.
선발 오더를 교환하기 전이라도 기본적으로는 이같은 룰을 지켜주는 게 맞다. 이번 니퍼트 케이스에서도, 두산은 처음엔 왼손 이혜천으로 바꾸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LG가 원칙대로 하자는 의사를 보이면서 임태훈이 선발로 던지게 됐다.
굉장히 드물지만 월요일날 예고됐던 화요일 경기 선발투수가 당일 오후 4시30분까지 KBO에 1군 엔트리 등록이 안돼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구단 행정 절차상의 착오로 엔트리 등록이 안 된 케이스다. 이럴 때는 KBO가 상대팀에게 의사를 물어보게 된다. 상대팀이 이해해주면 다시 등록이 이뤄지고 예정됐던 투수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꼭 봐줄 필요는 없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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