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동열 감독은 26일 인천 SK전에 앞서 "오늘부터 당분간 오승환이 마무리를 맡고 기존 마무리 권오준을 중간에서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승환은 짧게는 주중 대전 한화 3연전까지, 길게는 열흘 정도 새 보직을 수행할 전망. 최근 마운드에서 흔들리고 있는 권오준을 위한 배려다. 권오준은 최근 6경기 마무리등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5경기서 자책점을 기록했다.]
야구팬이라면, 한눈에 보기에도 현재의 기사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옛 기사들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내용이다. 지난 2005년 6월26일 작성한 기사였다.
저때만 해도 기사를 작성하면서 오승환이란 선수가 어떤 투수로 성장하게 될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신인투수가 첫해부터 임시라 해도 마무리를 맡게 되다니, 대단한걸' 정도의 생각 뿐이었다. 그 시점 이전에 이미 2세이브가 있었지만, 데뷔 첫해의 첫 세달간 오승환은 셋업맨이었다. 그리고 2005년 7월부터 지금까지, 오승환은 줄곧 삼성의 마무리투수로 활약중이다.
마무리 임무를 즐기는 오승환
올시즌에도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25일 SK전에서 한개를 추가하면서 시즌 21세이브로 공동 2위다. 두산의 프록터가 23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팀 상황과 구위를 놓고봤을 때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7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선동열 감독은 6월 들어 이미 "여차하면 오승환을 마무리로 돌릴 수도 있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러면서 당시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서 뛰던 일본인 셋업맨 오츠카 아키노리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마무리투수로 뛰며 통산 137세이브를 기록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던 투수다.
선 감독은 그때 "오츠카는 일단 마운드에 올라가면 우선 원바운드 가까운 공부터 던지고 난 뒤 차츰차츰 공을 올려서 결국 낮은 스트라이크존에 탄착점을 맞춘다. 낮게 던져야 살아남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키 투수인 오승환을 마무리감으로 여긴 것도 바로 제구가 되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공만 빠른 게 아니라 제구력까지 갖춘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지난 7년간 233세이브를 쌓아올렸다. 입단 초기에는 오승환도 "언젠가는 선발투수로 뛰는 걸 상상해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변화구가 다양하지 못하고 스태미너 검증을 받지 못한 탓에 선발로 뛴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통산 376경기를 모두 불펜에서만 등판했는데, 이 또한 매우 희귀한 기록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오승환이 마무리투수의 스릴을 즐긴다는 점이다. 그는 평소 "나에겐 어려운 팀, 쉬운 팀이 없다. 내가 등판하는 시점은 안타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팀이 어려운 상대다. 경기 막판이라 양팀 벤치 멤버들이 모두 서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많은 투수들이 마무리투수의 중압감을 꺼리지만, 오승환은 진심으로 그걸 즐기는 투수다. 사실 세이브만 제대로 해내면, 경기 막판에 마무리투수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또 있을까.
이처럼 마무리로 뛰는 것에 후회가 전혀 없는 오승환이기에 향후 통산 400세이브까지도 가능할 거라는 예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일전에 오승환에게 "4점차에서 주자 2명인 상황과 1점차에서 주자 없는 상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마음이 편한가"라고 질문했다. 두 경우 모두 세이브 요건인데 보통 투수들은 당연히 4점차의 주자 2명 상황을 선호한다. 곧바로 홈런 한방을 허용해도 블론세이브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1점차 주자 없는 상황이 마음 편하다. 앞선 투수의 주자를 한명이라도 들여보내면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늘 선발을 원했던 김병현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찬호 못지 않게 국내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던 투수가 바로 넥센 김병현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처음 뛰는 김병현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미국에서 뛸 때부터 대중적인 인기는 박찬호가 절대적이었지만, 김병현도 충성도 높은 열성팬들로 유명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8경기(선발 7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5.3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래도 최근 몇년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구단에서도 올해 보다는 내년을 더욱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김병현이 거론될 때마다 많은 야구팬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그가 한창 좋은 구위였던 2003년 이후에도 선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계속 불펜투수로 뛰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다.
99년 애리조나 소속으로 데뷔한 날, 김병현은 마이크 피아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첫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후 다이내믹한 투구폼과 독특한 구질을 선보이며 마무리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늘 현지 관계자들에게 "한국에선 선발투수가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하면서 선발로 뛰고픈 마음을 피력했다. 결국엔 소원성취를 했다.
하지만 선발로서의 김병현은 크게 위력적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394경기를 뛴 김병현은 그중 선발로 87경기에서 던졌다. 선발로 뛴 경기의 통산 방어율은 5.07이다. 구원투수로 뛴 307경기의 통산 방어율은 3.58이었다. 피안타율을 봐도, 선발로 뛸 때는 2할7푼7리였고 구원투수로는 2할4리로 큰 차이가 났다.
김병현은 2004년을 앞두고 보스턴과 2년간 1000만달러짜리 계약에 성공했었다.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당시 미국쪽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더 받을 수도 있었다. 김병현이 만약 마무리투수로 뛰면서 이전과 같은 기록을 이어간다면 향후 연봉 1000만달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그의 모든 부진의 근원이 된 2003년 4월의 발목 부상도 결국엔 선발로 뛰다가 부러진 배트에 맞아 일어난 일이었다. 김병현은 그토록 선발을 원했지만, 결국엔 선발과는 좋은 인연을 갖지 못한 셈이다. 요즘의 오승환을 보면서 '김병현도 계속해서 마무리투수란 보직을 즐겼다면 지금쯤 어떻게 돼있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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