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핵잠수함' 김병현이 또 침몰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채 2이닝도 넘기지 못하고 집중포화를 얻어맞았다. 26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온 김병현은 1⅓이닝 만에 6안타 1삼진 1사구로 5실점하면서 강판당해 시즌 4패(2승)째를 떠안았다. 지난 12일 인천 SK전에서 5이닝 만에 4안타(1홈런) 5 4사구 1삼진으로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된 데 이어 선발 2연패다. 이후 2군에 내려가 구위를 가다듬은 뒤 14일 만의 선발 등판이었지만, 구위와 제구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과연 김병현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계속 선발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까.
초반 난조는 여전했다
사실 김병현이 올해 호투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별로 많지 않았다. 넥센 팀 내에서도 김병현에 대해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더 기대했다. 이유는 역시 지난 수 년간의 공백 때문이다. 아무리 메이저리그 시절 '핵잠수함'으로 명성을 떨쳤다고는 해도 최근 3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공백이 있었다. 그래서 김병현은 개막 후 4월 한 달간은 2군에서 몸을 만들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했다.
5월 8일 목동 LG전에 중간계투로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김병현은 이후 계속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역시 공백의 무게는 컸다. 처음 4번의 선발 등판에서 2패만 기록했다. 이후 6월 20일 잠실 두산전(6이닝 4안타 비자책 1실점)과 26일 목동 두산전(6이닝 4안타 3실점)에서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연속 선발승을 따냈을 때는 드디어 본 궤도에 오른 듯 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이었다는 것이 이후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실패와 연패에서 드러났다. 이날도 고질적인 초반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김병현은 1회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몸쪽 공을 던지다 사구를 허용했다. 슬라이드 스텝이 느린 편인 김병현이 발빠른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면 이후 경기 운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이용규는 도루를 했고, 이후 김병현은 2번 안치홍부터 4번 김상현까지 3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주자가 쌓일 수록 김병현의 구위와 제구력은 더 흔들렸다. 안치홍에게 풀카운트 끝에 7구째에 안타를 맞은 뒤 최희섭과 김상현에게는 모두 3구째에 안타를 허용했다. 마음이 쫓기고, 제구력이 불안하다보니 공이 몰린 결과다. 결국 김병현은 1회에만 34개의 공을 던지며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맞이했다.
욕심은 결국 화를 부른다
1회에 정신없이 얻어맞았던 김병현은 2회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하위타선이었지만, 선두타자 8번 차일목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1사 2루에서 이용규에게 2루타를 맞아 넉다운당했다. 구위가 KIA타선을 이길 수 없던 것이다. 이날 김병현은 직구(133~141㎞, 23개)와 슬라이더(120~130㎞, 12개) 투심(135~142㎞, 8개), 커브(114㎞, 1개)를 던졌는데 직구 구속이 5~6월에 비해 떨어진 점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그간의 공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사실 이제 김병현은 3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압도적인 구위는 던지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정민태 투수코치도 "지금 김병현의 몸상태는 80% 남짓이다. 올해보다는 내년을 봐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병현의 생각은 달랐다. 김병현은 여전히 과거의 압도적인 구위와 감각을 단숨에 되찾고 싶어한다. 한번 느낌이 오면 감독이나 코치가 말릴 정도로 투구 연습에 매달린다. 김 감독은 "다음날 등판이 있어도 50개 이상씩 던지려고 해서 문제다"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욕심이 과했던 것이다. 순순히 현 상태에 대해 수긍하고 길게 보지 않는다면 부진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당초 김 감독은 김병현에 대해 "이제 100개 이상씩 던질 수 있는 체력은 쌓아놨으니 후반기에는 5일 간격의 등판도 고려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김 감독은 김병현의 향후 등판일정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이제 넥센 코칭스태프로서도 김병현의 기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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