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마스터스 첫날 한국의 박희영(24·하나금융)이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박희영은 27일(한국시각) 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2·6344야드)에서 끝난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8개를 쓸어담았다. 7언더파 65타를 적어낸 박희영은 단독 선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9언더파 63타)에 2타 뒤진 2위에 올랐다. 1라운드에서 그린을 두 차례만 놓치는 정교한 아이언샷을 보여줬고, 퍼트 수도 27개에 불과했다. 정교한 퍼트의 비결로 벨리 퍼터를 꼽았다. 라운드가 끝난 뒤 박희영은 "열흘 전부터 벨리퍼터를 사용했는데 매우 새롭다"며 "어니 엘스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이 퍼터를 사용해 우승한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마스터스 우승자 버바 왓슨(미국)이 짧은 퍼터로 우승했을 뿐 나머지 메이저대회에선 모두 롱퍼터를 사용하는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US오픈 우승자 웹 심슨(미국)과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엘스도 롱퍼터를 사용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까지 포함하면 최근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롱퍼터를 사용한 선수가 세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직까지 여자 선수들의 사용 빈도는 많지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편안함이 대세
이 프로들이 이 처럼 벨리 퍼터를 포함해 롱퍼터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롱 퍼터는 나이가 많아 손이 떨리는 시니어 투어 선수들이 쓴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본 젊은 선수들은 롱퍼터의 안정감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브리티시 오픈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아담 스콧(호주)은 벨리퍼터보다, 드라이버보다 더 긴 브룸(Broom:빗자루) 스틱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스콧은 "짧은 퍼트에서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롱퍼터의 장점에 대해 말한다.
10년만에 브리티시 오픈 정상에 다시 오른 엘스는 롱퍼터가 나왔을 당시 "손이 떨려서 긴 퍼터를 쓰려거든 아예 심장약을 먹고 나오라"고 비난했던 장본인. 그러나 퍼트 입스가 찾아오자 지난해부터 롱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리는 시계추
롱퍼터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일반적인 퍼터는 33~35인치다. 벨리퍼터는 보통 40~41인치, 브룸 스틱 퍼터는 46~50인치 정도의 길이다. 벨리퍼터는 배꼽 부분에 고정을 하고, 브룸퍼터는 턱 밑 가슴에 고정을 한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강점이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우수해 손목 고정이 어려운 골퍼들에게는 일반 퍼터보다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어깨로 스트로크를 조절해 '시계추' 동작이 쉽고, 결과적으로 임팩트 때 페이스가 스퀘어(직각)가 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직진성이 좋은 이유다. 하지만 롱퍼팅에서의 거리조절이 문제.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롱퍼터는 논란중
롱퍼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반감이 심한 선수는 바로 타이거 우즈(미국)다. 우즈는 "퍼트할 때 드는 긴장감도 경기의 일부다. 도구를 통해 이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긴 퍼터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골프 규칙 규제 기관에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롱퍼터 논란이 거세지자 전 세계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롱퍼터' 규제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피터 도슨 R&A 사무총장은 "롱퍼터 사용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개월 내로 규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롱퍼터 논란의 핵심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R&A와 USGA가 규정한 골프규칙에 따르면 18인치(45.72㎝)보다 짧은 퍼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은 있지만, 이보다 긴 퍼터에는 제한이 없다. 이것이 롱퍼터 탄생을 가능케 했고, 골프계가 시끌시끌해진 원인이 됐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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