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꿈의 무대에서 꿈을 이룰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런던에서 '조준호 극장'이 막을 올렸다. 그 어떤 금빛 스토리보다 값진 동메달 스토리가 완성됐다. 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심판 판정의 번복에 이어 끊어진 팔꿈치 인대, 그리고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듣게 된 할머니의 작고 소식. 잇따른 악재 속에서도 세상과 홀로 싸운 조준호(24·한국마사회)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었다. 어떤 스타 작가가 써도 이보다 극적인 인생 드라마를 쓰기 힘들 것 같다. 런던에 입성하기부터 '런던의 별'로 떠오르기까지. '조준호 드라마 극장'은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의 연속이었다.
최민호를 넘어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유도복을 입은 조준호는 5학년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용인대 1학년에 66㎏이하급 국가대표 훈련 파트너로 발탁됐다.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린건 2011년 8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부터다. 지난해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에서는 마침내 금메달도 따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까지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 소속팀 선배이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32)였다. 최민호가 체급을 올려 66㎏에 도전했고 올림픽 출전권을 두고 조준호와 최민호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조준호는 '백전노장' 최민호에게 대표선발전에서 두 차례내 패했다. 최민호에게 런던행 티켓을 내줘야 할 위기였다. 하지만 세계랭킹에서 앞선 조준호(현재 8위)가 올림픽 시드 배정에서 유리할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대한유도회의 결정에 따라 런던행 비행기에는 조준호가 올랐다. 이 때문에 조준호는 최민호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꼭 금메달을 획득해 미안함을 대신하겠다는 각오로 런던에 입성했다. 아쉬운 판정 번복만 아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조준호는 "민호형에게 정신적, 기술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기대에 못미쳐 민호형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패자도 인정한 판정번복
2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 8강전에서는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연장전(골든 스코어) 끝에 판정에서 3대0으로 승리를 거둔 조준호의 판정이 뒤집어졌다. 심판장이 주부심 3명을 소집, 재심을 요구했고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의 승리가 선언됐다.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정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점수에 대한 판정에만 국한된다. 심판의 승패 판정이 번복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외신들도 의아해 했다. 로이터는 '성난 관중의 야유소리에 심판위원장이 재심을 했다. 심판들의 깃발을 비디오 판정을 통해 번복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일본도 한 목소리를 냈다. 스포츠전문지 스포니치는 '심판위원장으로부터 이의를 받고 재판정에서 에비누마가 이례적인 우세승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승자도 자신의 승리가 찝찝했다. 에비누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가 이긴게 맞으며 판정이 번복된 것은 잘못됐다"는 말로 패배를 인정했다.
조준호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네 번째 메달을 선사했다. 29일 오후(현지시간)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도 남자 66㎏급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조준호가 정훈 유도국가대표 감독과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20120729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f
팔꿈치 부상 넘어선 동메달
머리와 가슴은 판정번복에 의한 패배를 잊지 못했지만 몸은 이미 잊었다. 심지어 8강에서 다친 팔꿈치 부상의 고통도 잊었다. 그는 이베누마와의 경기에서 업어치기를 하다 오른쪽 팔꿈치가 꺽이면서
인대가 끊어졌다. 경기 중 통증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대에게 약점을 보일 수 없었다. 이후 조준호는 테이프로 관절 부위를 꽁꽁 동여매보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그를 매트에 서게 했다. 조준호는 "팔꿈치가 정상이 아니라서 제대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지금도 거의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패자부활전과 동메달 결정전까지는 '투혼'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된다. 아픈 팔로 연장까지 치른 끝에 그는 꿈을 이뤘다.
아… 할머니.
석연찮은 판정 번복에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그는 동메달을 따내자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정 훈 남자유도대표팀 감독의 눈에도 굵은 눈물이 고였다.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한 눈물이었다. 조준호는 시상대에 선 뒤에야 드디어 미소를 되찾았다. 함께 동메달을 따낸 에비누마와 어깨동무도 했고 기념 포즈도 취했다. 메달의 깨무는 포즈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미소는 또 다시 눈물로 바뀌고 말았다.
인터뷰 도중 "지난 1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직후다. 그는 전혀 몰랐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아들을 위해 그의 부모님은 입을 굳게 닫았다. 그는 "오늘 처음 듣는 얘기다. 부모님이 일부러 말말씀을 안 하신 것 같다"며 흐느꼈다.
하루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러나 생애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조준호는 이름 석자를 세계에 확실히 알렸다. '조준호 드라마 극장'에 온 국민이 감동했고 위로를 건넸다. 금메달보다 값진 투혼의 동메달은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조준호의 2012년 7월 29일은 감동이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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